[뉴스토마토 정책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사가 14일 한국의 국채 신용등급을 금융위기 이전수준으로 급작스럽게 조정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이날 오전까지 무디스의 신용등급이 현재의 'A2'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같은 조정 소식에 어리둥절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들며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평균 10원이상 급락하며 신용등급 조정을 예고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 내린 1123.8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장 막판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이 더욱 확대돼 11.70원이 하락한 1112.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싱가포르의 달러화 절상 가능성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에 환율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자국 달러 절상을 단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낙폭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면서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의 위안화 절상 전망에 따른 원화동반 절상 압력이 더욱 커지며 환율 하락을 이끌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 등급 추가조정 이어지나
시장에서는 무디스의 상향조정으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Fitch) 등 나머지 신용평가기관의 등급도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현재 S&P는 한국의 투자등급을 'A'로, 피치사는 'A+'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이들 평가사와 연례협의를 통해 신용등급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재정부는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이 하향조정될때는 한꺼번에 움직이지만, 올라갈때는 각각 올라가는 편이어서 섣부른 전망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 WGBI ·MSCI 편입 가시화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대해 거시전문가들은 씨티그룹의 글로벌채권지수(WGBI)와 모건스탠리의 캐피털인터내셔널 (MSCI) 선진국지수 등으로 이어지며 한국경제를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편입에서 제외되며 연내 가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던 WGBI는 물론 MSCI의 선진국지수 편입 평가에서 국가 차원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이들 두 지수 편입에 따른 재평가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는 "무디스가 한국에 대한 각종 리스크와 루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고 금융위기 이후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해외자본의 적극적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이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이라는 것이 경기를 선행하는 증시와 달리 후행적 성격이 강하고 자칫 지나친 매수세로 인한 단기 투기자본의 유입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송민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좋은 뉴스지만 등급조정이 WGBI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WGBI 편입도 등급조정이 얼마나 빨리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도 "등급조정이 좋은 뉴스이긴 하지만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꾸준히 나타나던 상황에서 어느정도 예견됐던 것"이라며 "조정 사실 하나만으로 환율이 움직인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시장에 이같은 조정의 움직임이 영향을 준 상태에서 원화가치의 상승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어느정도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토마토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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