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신산업을 발굴하고 국가 성장동력을 키우자는 취지로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가 기존 산업의 반발에 동력을 잃고 있다.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기존 고정식 화장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동물장례협회의 반발에 막혔다.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는 장묘시설에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화로를 실은 자동차로 희망 장소로 이동해 반려동물 사체를 화장해준다. 온라인으로 신청해 편한 곳에서 반려동물 사체를 화장할 수 있는 O2O(온라인투오프라인) 서비스다.
해당 기업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차량의 안전검사를 거친 후 동물사체차량으로 허가를 받고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관련 법규가 없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부지를 필요로 하는 장묘업에 등록되지 않았다며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려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기업들은 사업이 중단됐다. 고정식 장례 시설을 운영하는 기존 업체들은 이동식 장례 시설이 불법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일부 이동식 장례 기업들은 규제 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렸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근거 법령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 신속한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임시로 허가를 내주거나(임시허가) 규제로 사업이 불가능할 경우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실험·검증을 임시로 허용하는 경우(실증특례)로 나뉜다. 일부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기업들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실증특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다른 기업들도 이들의 결과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계획이다.
정부과천청사의 과기정통부. 사진/박현준 기자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기업 쓰담의 오찬솔 대표는 18일 "화장 차량은 다른 용도로 악용되지 못하도록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으며 오염물질과 안전 부분은 이상이 없다는 국토부의 확인을 받았다"며 "고정식 장묘 시설이 부족해 반려동물 사체를 매립하거나 쓰레기봉투에 버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을 예방하고 편하게 사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지난해 5월 쓰담을 창업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농림부의 판단 이후 올해부터 사업이 중단돼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통해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부여받은 조인스오토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인스오토는 이달 1일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폐차 비교 견적서비스를 시작했다. 조인스오토의 서비스는 앱을 통해 폐차를 원하는 차주와 폐차 업체를 연결해준다. 폐차 업체들이 경쟁 입찰을 벌이면 차주는 한 곳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 한국자동차폐차업협회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폐차업체들이 조인스오토를 통해 경쟁을 펼칠 경우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인스오토에 참여하기로 했던 폐차 업체들도 협회의 반대로 줄어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산업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기존 세력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며 "신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정부의 중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