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신 노년, 낀 세대, 쉰 세대, 베이비 부머, 젊은 어른….
인생 1막을 마친 이 시대 5060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이들은 퇴직이나 은퇴 후에도 부모와 자식 세대를 부양하는 '더블케어 부담'을 떠안고,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율은 1위다. 고용률의 경우 7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7.9%로 세계 1위, 65세 이상은 30.6%로 2위다. 노후 준비 부족과 복지제도 미흡으로 대다수 중장년층들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극단적 삶을 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생 2막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저자 허남철씨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이 세대를 '56년생 김영수'로 지칭한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에서 영감을 받은 표현이지만 오늘날 5060세대가 직면한 현실과 환경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꼭 맞을 수는 없다. 인생 1막에서 떠밀려 퇴직을 하고, 돈 문제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세대들, 자신의 노후와 부모 부양, 자식부양 등 3중고에 갇혀 시달리는 세대들. 그들은 지금 '어항 밖으로 튕겨 나온 물고기들'처럼 맨 땅위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직장생활 30년을 이어오다 5년 전 퇴직 통고를 받은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긴 세월 '회사 인간'으로 살아오던 그에게도 어느날 불쑥 인생 1막의 커튼이 내렸다. 그제까지 당연했던 것들을 내려놓는 순간이 찾아왔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야 했다.
퇴직 이후 처음으로 해보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가사일은 아내 일을 돕는 게 아닌 스스로 해야할 일 임을 처음으로 깨달았고, 하루 종일 아내와 수다를 떨며 지냈다. 받기 싫은 전화는 받지 않았고, 월요일 조조영화를 봤다. 해야만 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경쟁하고 협렵하던 날들과 처음으로 작별했다. 때로 불안과 낯섦이 드문 드문 찾아왔지만 경쟁도 협력도 없는 세상에서 한 없이 자유로움을 느끼며 자신을 더 깊이 관찰하고 사랑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 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러운' 것들이 참 많이도 보였다.
퇴사 1년 차 때까지만 해도 갈팡질팡 하던 삶은 점차 질서를 잡아갔다. '카마수트라, 인생에 답하다'란 인도 고전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부터였다.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자존은 '나답게 살자', '내 삶의 주인공이 되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인생 1막의 노하우를 정리해 이를 강연으로 전달하는 일로 이어졌다. 현재 그는 경기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국을 떠돌며 퇴직 예정자들과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강연 여행가'로 활동 중이다.
전국 곳곳에서 만난 '1956년생 김영수'씨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아픈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저마다의 할 일이 있다고 나가고, 집 안에서 외롭게 혼자 지내기 일쑤다. 가족들이 돌아와도 대화가 없으니 정신적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 이들에게 저자는 '일단 집 밖으로 나오라'고 권한다. 하고 싶은 게 없다고 고민 말고 '일단 뭐라도 시작해보라'고 얘기해준다. 진정으로 꿈꾸고 원하는 '인생 2막'을 살기 위해서 그가 제시하는 첫 걸음이다.
960번 만에 운전 면허 필기시험에 합격한 70세의 할머니, 어릴 적 명창들의 소리를 듣고 꿈을 키우다 퇴직 후 청소년들의 소리꾼 강사로 활동 중인 한 후배, 드론 조종사 자격증을 배우는 친구와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난 다른 친구. 그가 본 '인생 2막'을 알차게 꾸며가는 이들은 모두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일단 뭐라도 시작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됐다. 동시에 그는 "꼭 거창하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후회 없이 사는 삶이 진정한 인생의 2막이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
"내가 바라는 삶은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스스로 즐기며 진정한 나로 존재 하는 생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먹고 자는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아내와 몇몇 친구들과 즐겁게 사는 생이다. 그 안에 위대한 하루가 있다고 믿는다."
인생 2막 어떻게 살 것인가. 사진/박영스토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