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수면이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깨어있을 동안 소비한 에너지를 수면을 통해 회복함은 물론, 단순히 몸뿐만 아니라 뇌에 쌓인 노폐물을 청소해 다시 활동할 수 있는 상태로 복원시키기 때문이다. 수면과 건강이 밀접한 영향이 있는 만큼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속설도 존재한다. 하지만 흔히 믿기 쉬운 것 중 잘못된 것들도 존재해 정확한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8시간 정도는 꼭 자줘야 한다는 말은 흔히 들어온 내용이다. 하지만 필요한 수면의 양은 하루 4시간에서 10시간까지 개인에 따라 다르다. 하루에 꼭 몇 시간을 자야지 정상이라고 할 수 없고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양보다는 질이다. 깊은 잠을 자게 되면 조금만 자도 피로가 풀릴 수 있기 때문에 다음 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으면 4시간도 충분하다. 간혹 충분히 자지 못했다며 낮잠으로 잠을 보충하는 경우도 있는데, 밤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이른 오후(1~2시) 15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따뜻한 봄기운에 밥을 먹고 난 후나 버스에서 또는 TV를 보다가 순간적으로 졸거나 졸음이 오는 경우, 춘곤증이나 만성피로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점심식사 후 졸린 것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졸리거나, 졸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조는 등 스스로 졸음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주간졸음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주간졸음증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 불면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방치 시 여러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수면다원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밤만 되면 잠잘 걱정에 일찍 누워보지만 이는 불면증의 해결책이 아니다. 자려고 애쓸수록 잠은 도망갈 뿐 졸릴 때에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필요하다. 만약 누웠는데 20분가량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인다면 차라리 일어나 졸음이 올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잠자리로 가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잠을 청하기 위해 뒤척이며 누워 있는 날이 반복되면 오히려 눕기만 해도 정신이 맑아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나이가 들어도 필요한 수면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노인의 경우 깊은 잠이 줄고 자주 깨는 경향이 있다 보니 밤잠은 줄어들지만, 대신 낮잠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밤잠과 낮잠을 다 합치면 전체 잠의 양은 젊은 사람들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것. 노년기 불면증은 젊은 성인에 비해 신체나 정신질환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나이가 많아서 잠이 줄었다고 단순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수면제는 중독이 되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수면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환자의 증상과 나이 등에 따라 다른 수면제가 처방 된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적절한 사용은 불면증의 고통도 줄이고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주헌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과거의 수면제는 인체에 남아있는 잔류시간이 길었지만 최근의 약은 인지나 신체적 기능에 오래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갑작스런 환경변화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급성불면증의 경우 수면유도제의 적절한 사용이 오히려 도움될 수 있다"라며 "다만 개개인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면은 하루에 꼭 몇시간을 자야하는 것보다는 잠의 깊이 등의 질이 인체 기능 회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5월 서울숲에서 열린 '꿀잠자기 대회' 참가자가 수면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