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그래도 바이오

입력 : 2019-04-23 오후 2:22:35
정부가 바이오 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 강화를 위해 올해 293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과기부를 비롯해 산업부, 해수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도 다양하다. 신약·의료기기 등 신기술 개발 지원과 의료정보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 구축 등 신산업의 융복합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중점육성 분야로 지목된 점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잘 보여주는 요소다. 적절한 정부 지원만 받쳐준다면 제약·바이오산업이 머지않아 국가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업계 포부가 결코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규제당국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지난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정책'에 합격점을 주는 이들은 많지 않다. 때마다 '세계 ○○대 제약강국, 글로벌 신약 ○○개 개발' 등의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추진됐지만 "정부가 현장의 실상을 너무 모른다"는 업계 푸념과 함께 미미한 효과를 거두는데 그쳤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최근 규제완화를 골자로 적극적 육성 방침을 세웠던 정부는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허가 품목의 주성분 변경여부를 몰랐다는 사실에 정부의 의약품 관리·감독 능력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규제 개선을 마음먹었던 정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지원책을 펼치라면서, 검증은 철저히 하라고 하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한편으론 짠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국내 의약품 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만 같아 씁쓸했다.
 
바이오산업은 대표적 규제 산업이다. 단순히 기업의 노력만으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산업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규제 당사자인 정부에겐 당연히 규제 강도의 경중을 떠나 철저하고 체계적인 관리·감독 능력이 필수조건이다. 기업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리·감독 능력이 국산 의약품의 해외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함께 작용한다는 의미다.
 
여러 우여곡절 속 국내 바이오산업 잠재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기업도 정부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앞선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해외 무대 진출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국산 의약품 신뢰도 저하의 우를 범하는 실수가 더는 없어야 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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