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지엠이 또 한번 파업설에 휩싸이며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 지엠테크니컬코리아 단체협약을 두고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노조가 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당장 파업에 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쟁의권은 확보한 만큼 사측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22~23일 인천시 부평구 본사 연구소에서 진행한 쟁의행위 결의 투표에 1891명이 참여해 1707명(82.6%)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23일 밝혔다. 투표율은 91.5%다.
쟁의권을 획득했지만 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쟁의권을 바탕으로 집중교섭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파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1월 설립한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3000여명 직원에게 적용할 단체협약을 두고 조정 절차를 밟아왔다. 9차례에 걸친 조정에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사측이 법인 분할 전 적용했던 임금, 고용조건 등을 신규법인에도 적용한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단체협약 총 133개 조항 중 약 70개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고 징계·해고 요건을 강화해 고용불안을 조성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회사 측이 요구한 △차별성과급 도입 △정리해고 일방 통보 △노조활동에 대한 사전 계획서 제출 △징계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이 기존 단체협약 내용과 크게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근무 배치 전환이나 정리해고 등을 진행하기 90일 전 노조에 통보하고 합의 절차를 거쳐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폐쇄한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진/뉴시스
투표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파업 전운이 감돌며 한국지엠 앞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한국지엠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산차 내수 판매량 집계 결과 한국지엠은 6420대를 기록하며 완성차 업체 5곳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1월에는 5053대, 2월에는 5177대를 팔며 월간 판매량 5000대를 겨우 넘겼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주력 차종 말리부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3373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스파크 판매량도 7241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보다 12.4% 줄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후 한국시장 철수설에 시달리며 신뢰를 잃은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설까지 나오며 AS에 대한 소비자 불안도 커졌다.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인 것이다.
판매 부진에 회사는 생산량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 창원공장은 1교대 전환을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며 부평2공장은 라인 운영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생산량 감축에 나설 경우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준중형 SUV 국내 개발권을 중국에 넘길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국공장 생산량이 더욱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통상 자동차는 부품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하기 때문에 개발 국가에서 생산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추락하는 가운데 생산량이 줄면 군산공장처럼 철수 사태가 또 한번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쟁의권을 획득했지만 노조가 곧바로 파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사는 앞으로도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