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충격 영향이 외환시장으로 전이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60원을 돌파하면서 2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 내수용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등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번 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당장 수출과 금융시장에서는 변동성 확대에 다른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58.50원에 거래를 마치며 1160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직전주대비 2.12% 오른 1161.00원에 거래돼 1160원선을 돌파했다. 이는 2017년 1월 이후 약 2년3개월만이다.
비록 이날 1160원대 아래로 내려왔지만 시장에서는 강달러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언제든 반등해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미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실제 2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로 집계, 1분기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은 2.5% 성장을 내다봤다.
이에 지난 2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역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US Dollar Index)도 98.01까지 상승하며, 2017년 5월(98.0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은 -0.3%로 집계되는 등 한국 경제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체의 영업이익이 줄줄이 낮아진 점도 이러한 점을 부추겼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각 60%, 69%씩 줄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기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확보돼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올 들어 계속되 수출 부진은 수요 증가세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환율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급등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4월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추가 상승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2분기 말로 갈수록 달러 강세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미국 경제 지표의 호재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미국 물가 상승 압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있을 때까지 당분간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출기업이 환율 상승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