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발행된 암호화폐는 소각될 수도 있는데, 이를 '코인번(Coin Burn)'이라고 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해당 암호화폐(코인)를 제거하고 전체 공급량을 줄이는 겁니다. 왜 소각할까요? 암호화폐 공급량을 줄이면, 자연히 유통량도 감소하고, 암호화폐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알트코인 시장에서 해당 코인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됩니다. 코인번은 투자자들에게 적어도 단기적으로 호재인 셈이지요. 주식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자사주 소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과 유사한 목적에서 이뤄지지만, 소각하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이미 발행한 암호화폐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서 그냥 지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인번은 소각하려는 암호화폐를 개인키(private key)가 없거나 알지 못하는 주소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실제 없애는 건 아니지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서 소각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지요. 다만 이때 주소는 참여자 누구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인번은 자사주 소각처럼 암호화폐 공급량을 줄여 가치를 올린다. 사진/뉴시스
코인번은 투자자 보상 목적 외에도 암호화폐발행(ICO)이나 토큰 세일 종료 후에 판매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제거할 목적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팔리지 않은 코인이나 토큰을 회사가 소유하면, 상장 이후 이를 매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사전에 ICO에서 판매되지 않은 코인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힙니다. 또 암호화폐를 소각하면 그 가치만큼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알고리즘인 소실증명(PoB)에서 코인번 방법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거래소 발행 암호화폐인 바이낸스코인(BNB)를 분기별로 소각합니다. 스마트계약 기능을 통해 1억BNB가 최종적으로 소각될 때까지 진행되는데, 이는 전체 BNB 발행향(2억BNB)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지난달에는 올해 1분기에 해당하는 약 83만BNB, 한화로 185억원 규모의 코인번을 진행했습니다. 바이낸스는 BNB 가치를 높여 투자자 이익을 높일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대선 현대BS&C 사장이 발행해 일명 '현대코인'으로 불리는 에이치닥테크놀로지의 에이치닥(HDAC)도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소각이 있었죠. 사전 채굴과 해킹 사건 등으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에이치닥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코인번으로 가격 방어에 나선 조치였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