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가정의 달을 맞아 치매 환자로 고통을 겪는 가족 사례가 사회에 환기되면서 관련 치료제 개발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개발 난이도가 높아 아직 정복되지 않은 질환으로 꼽히지만 늘어나는 환자수와 높은 시장성에 외산은 물론, 국산 치료제들 역시 차분히 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은 치매 치료 물질은 단 4종(도네페질, 리바스티그만, 갈란타민, 메만틴)에 불과하다. 이를 활용한 최초 치료제는 모두 외산 제품으로 국산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해당 치료 물질 역시 치매의 증세를 완화하거나 진행 속도를 다소 늦추는데 그쳐 온전한 의미의 치료제라기보다는 완화제 성격에 가깝다. 화이자와 존슨앤존슨, 일라이 릴리, MSD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후기 임상까지 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대표적 치매로 꼽히는 알츠하이머조차 완벽히 규명되지 않은 원인과 임상이 어려운 질병 특성상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탓이다.
이처럼 내로라 하는 제약공룡들조차 쉽사리 치료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치료제 개발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 고령화 추세에 따라 해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 아직 시장 절대 강자가 없어 개발 성공 시 선도적 입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조50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1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역시 지난 2014년 61만명이던 치매 환자가 지난해 75만명으로 치솟았다. 내년에는 84만명까지 증가한 뒤 2025년 100만명을 돌파(108만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개발사들도 치료제 개발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지난 7일 FDA로부터 'GV1001'에 대한 알츠하이머치료제 임상 2상 승인을 획득했다. 국산 치료제 가운데선 최초다. 1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 조성물 'GV1101;은 국내에서 췌장암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며, 알츠하이머를 대상으로 한 2상도 진행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동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한 '뉴로스템'을 알츠하이머 치료 및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임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천연물 기반 치료제 후보물질 'PM012'를 개발 중인 바이오벤처 메디포럼은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3상 계획을 획득했다. 후기 임상 박차를 통한 신약 개발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 내년 코스닥 시장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기존 치료물질인 도네페질의 패치형 개량신약 'DA-5207'을 개발 중이다. 지난 3월 국내 1상 계획을 승인받았으며, 해외 임상 역시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개발 성공 시 국내 최초의 패치형 도네페질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메디포스트 연구원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디포스트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