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조선과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제조업이 위기를 겪는 동안 미국과 일본 등 전통 제조업 강국은 과거 위상을 되찾기 위해 돌파구를 '스마트 팩토리'에서 찾고 있다. 소비자 니즈에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국가는 자동화로 생산성 향상과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 글로벌 경쟁력 확보까지 '신제조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뉴스토마토>가 창간 4주년을 맞아 국내외 기관들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미국은 '첨단제조 파트너십(AMP 2.0)'에 5억달러(한화 5900억원), 일본은 '소사이어티 5.0'에 1007억엔(1조800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시행 중이다. 독일도 해마다 '인더스트리 4.0'에 2억유로(2700억원)의 자금을 정책적으로 지원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자금을 풀어서라도 4차산업혁명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른바 '신제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융합을 기초로한 스마트 팩토리에 승부를 건 것이다.
우선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전신인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 부흥에 나섰다.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이 대표적 사례다. 공장은 설비와 부품에 1000여개의 센서를 부착해 전체 공정의 75%를 자동화했다. 매일 수천만건의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건수를 100만개당 약 11.5개로 크게 낮췄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 해외로 빠져나갔던 공장들을 다시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무인화된 스마트 팩트리도 한몫했다. 예컨대 테슬라는 미국 내에 모든 공장이 집결해 있다. 매주 2000대의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은 1000대의 로봇을 활용해 조립 라인을 구축했다.
일본은 미래 비전 4대 전략 분야 중 하나로 제조업 생산성을 지목하고 공장의 스마트화에 팔을 걷었다. 다만 미국·독일과는 차별화되게 '에징 컴퓨팅(데이터를 현장의 기계나 공정에서 직접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화낙(FANUC)사가 대표적이다. 화낙사는 현장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스스로 작업 속도를 개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공정 반응 속도를 높이고 네트워크 부하를 줄인 것이다.
정부도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을 3만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제조혁신 예산만 1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일부 기업도 발빠르게 대처 중이다. 동양피스톤과 LS산전 등의 경우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한국 제조업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경쟁력이 2016년 5위에서 2020년 6위로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탑5 자리를 인도에 내줄 것이라는 얘기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 제조를 주저하는 동안 그만큼 신성장 동력 확보가 늦어졌다"며 "스마팩토리를 고용감소가 아닌 신산업으로 더 큰 가치창출로 이어지는 관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