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지난달 실업률이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취업준비자'로 분류됐던 공시생들이 대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영향과 주 52시간 근무 등의 경제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용 악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1000명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9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전년동월대비 0.3포인트 상승한 4.4%를 기록했다. 같은 4월 기준 2000년 4월 4.5%를 기록한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실업률(15~29세)은 11.5%로 2000년 이후 최악을 나타냈고, 실업자는 1년 전보다 8만4000명 증가한 12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통계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 실업률 상승은 지방직 공무원 원서접수가 4월에 있었던 탓에 응시자들이 취업준비생에서 실업자로 잡힌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취업자수는 2703만명으로 1년 전보가 17만1000명 느는 데 그쳤다. 취업자는 지난 2월 13개월 만에 최대 폭인 26만3000명 증가한 이후 2개월 연속 20만명 대를 기록하다 석달만에 10만명 대로 떨어진 규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자 증가는 작년 동월(12만3000명 증가) 부진했던 지표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고, 제조업 등은 오히려 줄었고 정부 일자리만 증가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대외경제 여건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전망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4월 지표를 살펴보면 정부가 세금으로 늘린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12만7000명 늘고, 교육서비스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이 5만5000명, 4만9000명 각각 증가한 반면, 민간 일자리인 도매 및 소매업(-7만6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5만3000명), 제조업(-5만2000명) 등에서 대폭 감소했다.
정부가 긍정신호로 강조해 온 고용의 질도 좋지 못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2만4000명 증가했지만, 취업시간대별로 보면 36시간 이상에서 62만4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시간이 크게 줄고 근로자가 늘었다는 의미는 이른바 '쪼개기 취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근로자 1인당 소득은 그만큼 감소했다고 보면 된다.
자영업자 경기도 부정적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7만명 줄었는 데, 이는 사업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정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1인당 빚을 대개 1억원으로 정도로 잡고 있는데, 7만명이 어려워졌다면 약 7조원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최근 저축은행 등의 연체 급증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관계 악화와 수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고용상황이 좋아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0~40대 취업자 감소와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 등 고용여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경기·고용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민간일자리 중심의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