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2000년 4월 이후 19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배경에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등에 따른 부작용으로 민간 일자리가 줄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공무원 채용에 몰려든 것이다. 실제 현 통계에서는 채용 시험에 응시하면, 취준생(비경제활도 인구)신분을 벗고 실업자로 분류된다.
정부는 지난 15일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 발표에서 청년 실업률(15~29세)이 11.5%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오자, 공무원 채용일정이 기존 3월에서 한 달 미뤄진 효과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채용에 몰려든 배경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통계청 발표 직후, 기자는 산업별 취업자 현황 자료와 경제 전문가 등을 통해 실업률 쇼크에 대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의 정부 재원이 투입된 일자리는 1년 전부터 매달 10만~20만명 이상 증가한 반면, 제조업 등 대표적 민간 일자리는 1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민간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니 취준생들은 최근 매년 채용을 늘리고 있는 공무원 시험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무원 채용 확대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일자리가 감소할 때마다 공공 일자리 확대를 대안으로 내걸었다.
공무원 채용 확대를 부추긴 것도 정부 정책이다. 실제 현장에서 일자리 문제를 취재하다 보면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로 부터 '소주성' 정책의 문제점을 자주 듣는다.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등 대외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은 규제로 작용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뒤늦게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 등의 시그널을 시장에 주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기자가 취재한 서울의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작은 배와 달리 막대한 시간을 소요한다고 지적했다. 항공모함은 정부 정책을 의미하는 데, 이른바 소주성의 부작용을 알고도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어 당분간 경기 개선은 어렵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소주성을 추진했던 2017년,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이러한 고용 악화를 우려했고 이를 외면하고 도입한 지 2년이 지나 실제 현장에서 이같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보고 싶지 않은 통계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보다는 드러난 정책 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더 늦기전에 보다 나은 방안들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정책부 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