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미국이 한국 정부에 '반 화웨이' 행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은 중국 제조사들의 단말기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정부가 화웨이나 중국 제조사 제품에 대해 별도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들은 중국 단말기를 찾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샤오미가 지분을 보유한 중국 제조사 블랙샤크의 스마트폰 '블랙샤크2'를 국내 출시한다. SK텔레콤은 자사 직영몰 T월드 다이렉트를 통해 오는 29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하며 6월3일에 정식 출시한다. LG유플러스는 사전예약없이 6월3일에 출시할 예정이다. 블랙샤크2는 고샤양을 요구하는 모바일 게임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게이밍 스마트폰이다. 블랙샤크2는 8기가바이트의 램(RAM)과 128GB의 저장공간을 갖춘 모델과 램 12GB, 저장공간 256GB의 모델 등 두 가지로 선보인다. 출고가는 각각 69만7400원, 82만5000원이다. SK텔레콤은 샤오미의 포코폰F1·홍미노트5, ZTE의 비타폰 등을 직영몰에서 판매 중이다. 화웨이의 단말기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화웨이 직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5G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는 화웨이의 비와이1~3 단말기와 샤오미의 홍미노트5 AI·포코폰F1 등을 자사 직영몰을 통해 판매 중이다. 최근 일부 외신이 KT가 화웨이 스마트폰의 재고가 소진되면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회사는 이를 부인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직영몰에서 화웨이의 H폰과 샤오미의 포코폰F1을 판매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TE(롱텀에볼루션)에 이어 5세대(5G) 통신 기지국 일부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CJ헬로와 KT엠모바일 등 주요 알뜰폰 사업자들도 중국 제조사의 단말기를 판매 중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 단말기는 당초 물량이 많지 않지만 삼성·애플 제품 사용자보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분들이 주로 찾는다"며 "아직 정부에서 별도 지침이 없어 기존 계획된 판매는 진행하는데 정부의 방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나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처럼 단말기를 국내 이통 3사를 통해 동시에 출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제조사들이 대부분 각 이통사와 협의해 단말기마다 1개나 2개의 이통사를 통해 따로 출시한다.
통신 산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외교통상부로부터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방국인 미국이 요청했지만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입장도 외면할 수 없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에 나설 경우 중국이 지난 사드 사태와 같은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는 최근 주요 부품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는 일부 매체들의 보도를 반박했다. 회사는 "도시바·파나소닉·TSMC 등이 자사와 거래를 지속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미국의 이번 결정은 화웨이와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자국 기업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안기고 수만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