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주요 암호화폐들의 상승장 속 대장주 비트코인이 1000만원 저항선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이다. 글로벌 대기업과 월스트리트 등 기존 금융권에서 암호화폐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가 디지털 자산 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안전자산으로서 위상도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빗썸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비트코인(BTC)은 전날 대비 7.60%(72만8000원) 올라 1030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같은 시간 923만9000원으로 900만원선을 돌파한 이후 조정국면을 거쳐 이날 1년 만에 1000만원선을 탈환했다. 시총 상위 20개 암호화폐들도 최대 15% 상승률을 보이며 가격이 올랐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던 2017년 11월 처음으로 1000만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월 25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 반전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비트코인 급등세는 지난 4월부터 본격화했다. 4월2일 만우절 가짜뉴스 소동 이후 500만원대에 진입한 비트코인은 5월 들어 700만원을 돌파하며 가빠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5월9일과 12일 각각 707만원, 860만원을 기록하며 700만·800만원대로 올라섰고, 이틀 뒤 900만원을 돌파하며 1000만원선 탈환을 목전에 뒀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개월 간 두 배 이상 급증하며 강세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사이 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뉴욕 검찰이 지난 4월말 8억5000만달러 손실을 막기 위해 테더 예치금을 사용했다며 비트파이넥스를 기소한 데 이어,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는 40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7000개를 탈취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파이넥스 사태 등 사기 및 조작 행위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반에크·솔리드X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결정을 다시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악재에도 불구, 암호화폐 강세장이 유지되는 현상에 대해 비트코인 신뢰도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가 우세한 것 같다"며 "지난 2017년과 달리 삼성전자와 스타벅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연이은 암호화폐 시장 진출 소식은 투자심리를 확연히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기관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거래 거비스와 백트의 선물거래 시범운영 등이 중요한 호재로 작용했다"며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한 센터장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이란과 터키, 베네수엘라 등 일부 신흥국들은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비트코인 상승장에서 투자 수익률이 높아 기존 금융시장에 머물던 투자자들도 암호화폐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