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거래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5세대(5G) 통신 확대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화웨이가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1위 기업이지만,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선택적 대안이 있는 까닭이다. 다만 5G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한(fair) 경쟁이 전제조건으로 제시됐다.
줄리안 고먼(Julian Gorman)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아시아 대표는 지난 28일 아태지역 5G 최고경영자 회의(APAC 5G Leaders' CXO Summit)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가 주력 5G 장비 벤더이지만, 각 국가는 다양한 5G 장비 공급 벤더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눈에 띄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5G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이슈보다는 시장경쟁을 바탕으로 취사선택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이 수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장비 공급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쟁이 되기 때문에 5G 발전에 있어 긍정적"이라며 "연쇄적인 공급(supply chain) 과정이 공정해질 수 있도록 특정 업체에 페널티를 주는 것보다는 시장경쟁을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줄리안 고먼(Julian Gorman) GSMA 아시아 대표(왼쪽)와 자니 킴(John David Kim) GSMA 동북아 대표가 아태지역 5G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GSMA
앞서 GSMA는 지난 2월에도 유럽정부와 의회에 특정 업체 장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서신을 보내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미국이 우방국들을 대상으로 반 화웨이 동맹을 주도한 바 있다. 자니 킴(John David Kim) GSMA 동북아 대표는 "화웨이를 감싸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다"면서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MA는 공정한 경쟁과 함께 5G의 발전 요소로 협력을 꼽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력해 5G 최초 상용화를 이룬 한국을 일례로 들었다. 자니 킴 대표는 "유럽의 경우 자율 경쟁체제로 규제기관과 기업이 분리돼 있고, 산업과 통신 기업들이 각개 활동을 벌이다 보니 개발이 지연된다"며 "이와 달리 한국은 정부 주도하에 산업·통신기업들 간 경쟁을 정부가 관리해 초고속인터넷서비스(ADSL)를 달성했고, 5G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5G 플러스 전략에 대해서도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근간으로 평가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5G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효용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니 킴 대표는 "4세대(4G)를 시작할때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지만 지금의 4G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준으로 발전했다"면서 "5G도 발전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G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고, 5G 통신망과 스마트폰 출력 등 콜라보레이션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인프라가 발전하고, 산업과 통신 간 콜라보레이션이 잘 되면 5G가 플랫폼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줄리안 고먼 대표도 "5G는 스케일의 싸움"이라며 "산업이 5G로 연결되고, 스케일이 커지면 가격은 내려가고 시장은 커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GSMA가 개최하는 APAC 5G Leaders' CXO Summit는 29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다. 5G 상용화를 준비 중인 일본, 영국,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대만, 러시아 등 8개국 정부 관계자 및 13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5G 상용화 전략과 5G용 콘텐츠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스마트공장, 자율자행차 등 5G 융합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한국의 5G 서비스 현황을 공유하고 5G 시대 보안 문제 및 변화되는 경제·사회적 모습 등에 대한 토론도 진행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