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사람의 모발은 수명이 있어 끊임없이 빠지고 새로 난다. 따라서 하루에 50~10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자고 나서 혹은 머리를 감을 때 모발이 100개 이상 빠질 때,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모발이 있어야 할 부위에 없을 때를 '탈모'라고 부른다.
탈모는 성별에 상관없이 모발의 지나친 손실을 가리키는 단어지만, 유독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남성 탈모인원이 많았던 이유도 있지만, 여성 탈모가 남성 탈모에 비해 외관상 두드러지는 모발 손실이 덜하기 때문이다.
여성 탈모는 남성 탈모와 다르게 앞머리 이마선이 퇴축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마 위 모발선이 유지되며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정수리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숱이 적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또 급격히 빠지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탈모 초기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쩍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힘이 없어지거나 숱이 줄어 정수리가 휑한 느낌이 든다면 탈모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탈모는 유전자 요인과 호르몬 문제로 보았기 때문에 여성 탈모는 남성 탈모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탈모 발생이 늘어나면서 여성들도 더 이상 탈모에서 안전하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탈모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 21만여 명 가운데 여성 환자는 약 9만5000명이었으며, 그 중 20~30대는 37%를 차지했다.
젊은 여성의 탈모를 악화시키는 인자로는 잦은 파마나 염색, 드라이기 사용,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이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도 모발 손상을 악화시켜 탈모에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단기간에 체중감량을 위해 음식섭취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탈모의 주범으로 꼽힌다. 모낭에 있는 기질세포는 1~3개의 모근을 키워 모발을 자라게 하는데, 다이어트로 모발 성장에 필요한 미네랄과 단백질, 필수지방산, 비타민 B등이 부족해지면 영양불균형으로 모낭이 부실해지게 된다. 그로 인해 모발이 가늘어지고 모주기가 짧아져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젊은이들의 학업, 취업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스트레스가 여성 탈모의 또 다른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교감신경 흥분상태가 지속돼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고, 두피 근육과 혈관은 수축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분비한다. 이는 두피로의 영양공급, 혈액순환, 산소공급 등을 어렵게 만들어 모근의 성장을 막아 탈모를 유발시킨다.
문혜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20~30대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잦은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탈모가 증가추세에 있다"라며 "평소와 다르게 모발이 많이 빠지는 게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모발의 상태를 진단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경우 두피관리, 탈모샴푸 등 비의료적인 자가 치료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여성 탈모 치료에는 주로 두피에 직접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을 쓰는데, 꾸준히 치료할 경우 탈모 확산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높은 편이다. 탈모 치료는 늦어질수록 증상이 악화돼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가게 된다. 심할 경우에는 모발이식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문혜림 교수는 "파마나 염색, 드라이기 사용을 줄여 두피 자극을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과 제철식품 위주의 건강식을 섭취하며, 금연과 금주, 자외선을 주의해 건강한 두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탈모 관리에 도움이 된다"면서 "건강한 두피를 만들기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탈모 진행 속도가 늦어지며 예방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성 탈모는 이마선 퇴축이 없어 남성 탈모에 비해 티가 덜 나지만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꾸준히 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고대 안산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