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글로벌 연계성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무역의존도가 높고 내수기반이 제대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흥국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경제도 경제의 체질 개선 등을 통해 해외 충격에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평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년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있으며 "최근 무역분쟁 영향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연계성의 확장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0여년간 글로벌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리는 성과가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신흥국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당면 과제로 △통화정책의 자율성 확보의 어려움인 '통화정책의 딜레마' △소득불평등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 △글로벌 연계성의 불확실성인 '슬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의 쇠퇴)' 등을 꼽았다.
선진국의 통화정책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신흥국의 자금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의 자율성 확보마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국가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자유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면, 통화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해외 영향력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을 자율적으로 펴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쟁 격화로 승자와 패자가 생겨났으며, 성장의 혜택도 균등하게 배분되지 못하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됐고 이 결과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 일부 국가에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슬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해서는 신흥국의 임금 상승에 따른 국제분업 유인 약화, 교역이 용이하지 않은 서비스 산업의 성장,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에 국내경제가 대응하기 위해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높이고 경제 체질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정책의 적절한 운영을 통해 국내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 총재는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비교열위 분야의 노동자들이 경쟁력 있는 분야로 원활하게 재배치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관련 제도도 개선하고, 국가 간 무역분쟁으로 인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무역분쟁의 해법을 조속히 찾아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기조연설을 맡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 대응에 필요한 정책 여력이 낮아지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은 가까운 미래에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선진국의 위험요인으로 △경기대응에 필요한 정책여력 제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탈세계화 현상 △저금리와 과도한 위험추구 현상을, 신흥국에 대해서는 △경기대응과 환율정책을 둘러싼 중국인민은행의 딜레마 △신흥국 과다부채 문제 △저소득국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대출 등의 꼬집었다.
뒤이어 찰스 엥겔 위스콘신대 교수는 미국이 대외순채무국임에도 불구, 소득수지 흑자에 대해 "미국 국채의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의 소득수지 흑자는 미국이 해외에 지급하는 수익률이 해외투자로부터 얻는 수익률보다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엥겔 교수에 따르면 미국 국채가 지닌 프리미엄은 미 경상수지 적자의 약 40%로 추정된다. 그는 다만 "국채 프리미엄으로 발생하는 이득뿐 아니라 잠재적인 손실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