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노조의 반대를 뚫고 지난달 31일 물적분할(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킨 현대중공업이 이번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반발하면서 첫 번째 현장실사가 무산됐다.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은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했지만 노조의 저항으로 정문도 밟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14일까지 2주동안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실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장실사는 숨겨진 부실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현장 실사단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옥포조선소 정문에 도착해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실사단을 저지하면서 진입이 무산됐다. 노조원들은 일찍이 옥포조선소로 통하는 6개 전출입구에 저지단을 배치하고 저지훈련을 해왔다. 이날 오전에는 노조원 일부가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연결하고 실사단과 대치하기도 했다.
노조는 "매각 철회 조건이 없다면 실사단과 접촉하지 않겠다"라고 통보했다.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은 이날 오후에도 옥포조선소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시 노조 반대로 2차 진입도 실패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현장실사를 하지 못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회사는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위해 계속해서 노조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켰으나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달 31일 울산시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사진/현대중공업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달 말 진행된 주주총회를 원천무효로 규정하고 전방위 투쟁을 선언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오전 10시께 주총을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주총장으로 예정된 한마음회관을 점거하자 당일 주총 개최 시각을 11시10분으로, 주총장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우리사주 지분을 보유한 주주임에도 주총장 변경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고 주주들의 이동편의도 제공받지 못했다며 주총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당시 확성기와 유인물 등을 통해 주총 변경 내용을 전달했고 주주들의 이동을 위해서 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미리 준비된 몇몇 주주만 모여 숨어서 진행된 명백히 위법한 주총"이라면서 3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는 이날 내놓은 담화문에서 "임시 주총에서의 물적분할 승인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차질 없이 추진해 재도약에 나서달라는 대다수 주주들의 뜻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오해와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화합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분할 후에도 여러분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 대표이사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다시 한번 분명하게 약속한다"면서 "우려하는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문제 등 모든 약속을 빠짐없이 반드시 지키겠다"라고 강조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