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5G) 통신 가입자 쟁탈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불법 일회성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10일 번호이동 시장에서 KT는 765건의 순증을 기록했다. 반면 SK텔레콤은 865건의 순감, LG유플러스는 100건의 순증으로 집계됐다. 월요일의 번호이동 수치는 전날인 일요일에 접수된 건까지 더해진 수치다.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개통 전산시스템이 차단된다. 일요일에 접수된 건들은 월요일에 개통된다. 이틀치의 접수건이 더해진 수치라고 해도 KT의 765건 순증과 SK텔레콤의 865건 순감은 기록적인 수치다. 이통 3사가 지난 4월3일 5G를 상용화한 이후 일 번호이동 수치(월요일 포함)에서 한 사업자의 순증이 700건, 순감이 800건을 넘어선 것은 10일이 처음이다. 지난 5월6일(월요일) KT가 694건의 순감, SK텔레콤은 449건 순증, LG유플러스는 245건 순증을 기록했다. 다음주 월요일인 13일에 LG유플러스가 529건 순증, SK텔레콤 149건 순감, KT 380건의 순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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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직원 가족과 지인 대상 마케팅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KT가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월요일 3일간 직원들의 가족과 지인들을 대상으로 5G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특판을 진행했다"며 "KT의 순증 건수가 한때 1000건도 넘어섰지만 이후 경쟁사들이 계열사 할인 판매 등으로 대응하며 순증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인 할인 판매라고 하지만 직원의 지인인 것을 매장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사실상 그 시간대 손님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며 가입자를 유치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활용한 보조금 경쟁을 펼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삼성 갤럭시S10 5G, LG V50 씽큐 등 고가의 5G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혜택을 보는 소비자들은 전체의 일부다. 이통사들이 특정 시간대와 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일회성으로 대규모의 리베이트를 살포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시장 모니터를 하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로 이같은 불법 보조금을 모두 적발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13일 이통 3사의 유통담당 임원들을 불러 5G 시장 과열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하며 향후 불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