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 열병(ASF)과 관련해서 음식물쓰레기가 너무 과도하게 조명되는 거 같아요."
환경부 일각에서는 잔반 급여, 즉 가축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로 주는 것을 전면 금지하자는 논리를 마뜩찮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면 금지 이슈가 제도권에 본격적으로 떠오른 것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2017년 발의하면서였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음식점 등에서 농가로 보내는 잔반, 가정에서 동물에게 먹이는 잔반을 금지하는 대체안을 제시했다. 대체안에서 빠진 것은 폐기물처리업체가 가열처리한 음식물쓰레기, 농가에서 남은 잔반 등이었다. 농가에서 발생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연 업체라고 해서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었다.
이번에 ASF가 북한에 상륙하자 환경부는 부랴부랴 작년 제시한 대체안과 비슷한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연히 지난해와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 동물단체가 집회한 것은 물론이고, 양돈 산업 단체까지 전면 금지를 내걸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환경부 일부 공무원들의 생각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모든 음식물쓰레기가 ASF 바이러스를 포함한 것도 아니고, 병에 걸린 동물이 잔반에 포함돼야 돼지도 병에 걸리는 원리기 때문에 모두 금지하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병이 치사율 100%라는 점이다. 바이러스가 번지면 축산농가의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발생 확률이 적더라도, 정말로 일이 일어났을 때 효과가 크다면 과잉안전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게다가 국민들은 점점 사람뿐 아니라 동물의 안전에도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2010년 이래 구제역으로 인한 소·돼지 살처분 규모가 회자되고, 2~3년 전부터는 조류독감으로 인한 가금류 살처분 규모까지 관심 대상이 되더니, 급기야 지난해 '퓨마 동물원 탈출사건'에서는 사살에 대한 거부감이 퍼졌다.
즉 동물 안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진다는 이야기다. 적은 확률을 뚫고 ASF가 국내에 퍼지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이대로 ASF를 넘기더라도 쓰레기가 '청정 먹이'로만 남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제라도 환경부가 과잉안전 시대에 적응하는 대책을 세울 때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