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가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들 업의 특성을 인정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편법적 경영승계의 도구로 활용되는 부정적 측면은 시정해야 하지만, 그룹 내 보안 문제가 걸린 만큼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를 외부에 맡길 수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IT 서비스 계열사들을 주시하는 이유는 총수 일가가 경영승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총수의 자녀들을 IT서비스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하면 해당 기업에게 일감을 몰아줘 지분가치를 확대해 우회적으로 상속세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의혹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IT 서비스 기업들의 지분구조와 내부거래 비중까지 들여다보는 이유다.
IT서비스 기업들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2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3.90%의 지분을 보유했다.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22.58%)다. 삼성SDS의 물류BPO(업무처리 아웃소싱) 사업의 대부분도 삼성전자의 해외 수출 관련 물량이다. LG CNS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구광모 ㈜LG 회장 1.1%,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0.8%, 구본준 전 LG 부회장 0.3%, 구본식 LT 그룹 회장 0.1%다.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LG(85%)다. ㈜LG는 최근 LG CNS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 위해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재계에서는 ㈜LG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자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SK㈜ C&C와 지주사 SK가 합병해 탄생한 SK주식회사는 최태원 회장이 18.44%의 지분을 보유했다.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7.27%), 최재원 SK 수석부회장(2.36%)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IT 서비스 기업들의 역할로 인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SDS·LG CNS·SK㈜ C&C·롯데정보통신 등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를 맡는 역할을 맡기 위해 탄생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자사의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를 계열 IT서비스 기업들에게 맡긴다. 이를 두고 일감 몰아주기로 보는 것은 시장 사정과 맞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 IT 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13일 "기업의 내부 시스템에는 중요한 전략이나 정보가 담긴 데이터가 많은데 이를 외부 기업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외부에 내부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을 맡기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 IT 서비스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하노버 메세 2019’에서 관람객들이 LG CNS의 지능형 자율공장 플랫폼 ‘팩토바’를 통해 공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G전자
IT 서비스 기업들은 이러한 구조적·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전문 솔루션을 외부에 판매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등 대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분석 플랫폼을 마련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며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해외 시장 공략도 필수다. 각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스템 유지보수를 맡고 있고 공공시장은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된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대기업 계열사들은 자사 IT 서비스 계열사들과 계약하며 일반 시장 가격을 적용하고 일부 사업은 외부에 맡기고 있다"며 "IT 서비스 기업들은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며 고부가가치 사업 발굴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