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총선이 열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총선 구도싸움이 여론에 크게 작용하는 만큼 프레임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실정의 책임은 국회를 장기간 파행시킨 야당에게 있다"며 한국당에게 '막말정당'과 '국회 파행' 등의 책임론을 씌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경제파탄'과 '독재정권' 등으로 정부심판론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회가 장기 공전된 책임을 한국당에 묻고 이를 '야당 심판론'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야3당도 국회 파행 책임 주체로 한국당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당 심판론'은 지난 9일 한국일보 의뢰로 실시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여당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에서 7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수야당 심판론'이 51.8%로 '정부여당 심판론' 39%보다 12.8%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함께 민주당은 한국당의 '막말 논란'을 부각하는 데 주력 중이다. 총선에서 '막말 정당'의 대결 프레임으로 지지층 결집은 물론 수도권 지역과 중도층의 지지를 흡수하며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당 소속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자신과 무관한 막말 논란이 터질 때마다 지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며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당은 총선에서 경제심판론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 문제를 집중적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 정부의 경제에 대한 '무능함'을 강조하면서 이를 정부심판론 프레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대안 제시도 함께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범한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는 한국당이 대안 경제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시킨 대표적인 예다.
한국당은 지난달 황교안 대표가 민생대장정에서 내세운 구호인 '좌파독재'를 총선에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달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함께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강행한 것을 두고 '좌파독재'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실제 황 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해 몇차례나 "좌파독재"라고 공격했고, 내년 총선을 '반좌파 포퓰리즘'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프레임 전쟁과 함께 각 당의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짜기에도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의 경우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임명하며 총선 전 전열강화에 나섰다. 양 원장은 각 지자체의 싱크탱크와 업무 협약을 맺으며 현장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도 이런 양 원장에게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3명의 현역 의원을 임명하며 힘을 실었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대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민주연구원과 달리, 정책이나 전략에 있어 새로운 접근방식을 시도 중이다. 수도권이나 젊은 세대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 아래 출판, 토크쇼, 현장미팅 등 당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다양한 행사를 계획했다. 차세대브랜드위원회 발족과 밀레니얼 핑크 명함 사용 등과 같은 성과들도 이달을 기점으로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인재영입 경쟁도 불붙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인재영입에 기여한 바 있는 양 원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부원장으로 내정된 백원우 전 의원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인사 검증 업무를 했던 경험을 살려 인재 발굴 및 영입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각 당협위원회와 직능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아 2000명 규모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황 대표가 이명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쟁영입위원회를 구성하며 "당에 부족한 청년과 여성 인재 영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 사회복지정책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