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고액탈세', '사학비리', '요양기관 비리' 등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라면서 관계기관의 엄정한 대응 및 근본적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는 국가 차원의 부패방지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설립된 대통령 주재 협의체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반칙과 특권을 일소하고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확고히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부패 사건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부패가 풍토가 되고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칙과 특권은, 국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기성세대가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며 관행으로 여겨온 반칙과 특권은 청년들에게는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절망하게 만드는 거대한 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발선이 아예 다르고, 앞서 나가기 위해 옆구리를 찌르는 것이 허용되는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사회적 신뢰는 불가능하다"면서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그렇게 펼친 꿈이 공동체 전체의 성장에 기여하는 나라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모습"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정책협의회 주요 안건으로는 '고액탈세', '사학비리', '요양기관 비리'가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고액탈세'에 대해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고의적으로 면탈하고, 조세정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악의적 고액 상습 체납자는 반드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납세의 의무는 국민이 권리를 누리는 대신 져야하는 헌법상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더 이상 특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국세청과 관련 부처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사학비리'와 관련해선 "최근 교육부 감사 결과 일부 사학법인의 횡령과 회계부정이 드러났다"면서 "학생들에게 시민의 윤리와 책임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저질러진 부정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계·채용·입시 부정 등 비리가 발생한 대학에 대한 집중 관리와 대학 자체 감사에 대한 교육부의 감독을 강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당부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요양기관 비리'를 언급하고 "일부 요양원이 기준 이하의 인력을 배치하고 운영을 속여 부정수급을 하고, 보조금을 착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법적으로 어르신 2.5명을 담당해야 하는 요양보호사가 9명을 담당하는 사례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돌봄의 질은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환경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강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어르신들의 인권도 훼손된다"면서 "요양기관의 회계와 감독,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과감하게 개선해 주기 바란다"고 관계 기관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은 한두 해로 끝날 일이 아니다"면서 "지속적이며 상시적인 개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일상에서 구체적인 성과와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반부패 개혁을 끝까지 힘 있게 계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제4차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