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AI 코딩 어렵지 않아요…기가지니판 교육시장 확대"

박재철 KT AI기획담당 상무 인터뷰
개발자 생태계 확산에서 '교육시장'으로 유턴
교육기관과 업무협약…하반기 초중고 영업망 강화

입력 : 2019-06-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가 인공지능(AI) 사업 영역을 교육분야로 확대한다. 지난 2017년 1월 TV와 셋톱박스에 음성인식 기반 AI 스피커를 접목한 '기가지니'를 선보인 이후 명상·홈트레이닝 등 개인화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이후 AI 아파트와 호텔 등 B2B를 강화했고, 교육 시장을 새 타깃으로 정했다. 기가지니 개발자를 확대하기 위해 AI 코딩 교육 하드웨어를 만든 것이 AI 교육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4차산업혁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코딩교육이 필수 교육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사업으로 확장됐다. 이 중심에는 박재철 KT AI기획담당 상무가 있다. 인사·교육 등 인력관리(HR)부서 출신인 그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창의인재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으며, AI 인재 육성이야말로 기가지니 확산을 위한 기초 자산이라 믿고 있다. 직접 블록코딩을 공부하고, 교육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박 상무를 최근 KT 광화문빌딩에서 만나 AI 교육사업 방향과 포부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박재철 KT AI 기획담당 상무. 사진/KT
 
개발자 생태계 확산에서 '교육시장'으로 유턴 
 
KT AI 교육사업은 개발자 생태계 확산에서 출발했다. 기가지니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 서비스 창출이 필수적이었고, 개발자 시장을 키우자는 결론에 수렴했다. 애플이 애플리케이션(앱)스토어를 개방하고, 앱 개발자들이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앱 시장이 활발해진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 셈이다. 기가지니 협력사인 가온미디어와 8개월간 연구 끝에 초소형 저가 컴퓨터 라즈베리파이에 보이스키트 등 부속품을 연결해 코딩 기반으로 AI 스피커를 만들 수 있는 AI 메이커스 키트(MAKERS KIT)를 지난해 7월 말 출시했다. 하지만 제품을 출시해놓고 보니 개발자보다 학생, 교사 등 교육관계자들의 수요가 두터웠다. 박 상무는 "음성인식 플랫폼이 부족해 서비스 창출이 제한적인 개발자 환경을 고려해 선보였지만 개발자 층이 두텁지 않다 보니 반향이 적었다"면서 "반면 코딩을 가르치는 학교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것을 보고 교육시장을 정조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I 교육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이달에는 AI 에듀팩(Edu Pack)을 출시했다. AI 메이커스 키트를 포함해 이를 수준별로 익힐 수 있는 코딩교육 교재, 라즈베리파이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이다. RC카, 로봇 조립 키트 등 옵션도 마련했다. 
 
박 상무는 기존 블록코딩과 비슷하면서 다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블록형 코딩 언어인 엔트리, 스크래치에 익숙한 학생과 교사들을 위해 이 시스템과 유사하게 만들면서도 음성제어라는 차별점을 뒀다. 그는 "가장 큰 차이점은 AI 메이커스라는 하드웨어가 있어 음성으로 제어가 가능한 것을 만들 수 있는 점"이라며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블록을 융합해서 쓸 수 있도록 만들어 기존의 것이 가상 시뮬레이터 정도의 수준을 보여 준 것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령 AI 메이커스 키트에 전구나 RC카를 붙여 코딩을 실행하면 말로 제어하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드웨어가 직관적으로 보이기에 자연스레 코딩 공부를 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KT 모델들이 AI 메이커스 키트를 활용해 코딩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다. 사진/KT 
 
교육기관과 업무협약…하반기 초중고 영업망 강화  
 
AI 교육사업의 확대를 위해 와이즈교육과 한국형 AI 인재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4월 체결했다. 코딩교육에 드라이브를 건 와이즈교육과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와이즈 교육은 현재 200개가량 와이즈코딩 러닝센터를 구축한 상태다. 연말까지 1000개, 내년에는 2000개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AI 메이커스 키트, AI 에듀팩을 기반으로 한 커리큘럼을 개설할 예정이다. 박 상무는 "전국에 2000개 정도 규모로 코딩 러닝센터가 확대된다면 AI 메이커스 키트, AI 에듀팩의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하기 위해 구매로 연결될 수 있어 추가적인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T가 당장 주력하려는 시장은 초·중·고등학교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연간 34시간 이상 코딩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이 실과 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코딩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박 상무는 "하반기부터 학교 수업 교재로 도입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며 "AI 교육을 강화하고 싶지만 적절한 커리큘럼을 찾지 못하는 곳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방과후학습 등으로 AI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비전도 가지고 있다.
 
박 상무는 "블록코딩을 먼저 시작한 업체들은 있었지만 AI 메이커스 키트와 같은 하드웨어는 없었다"면서 "후발로 들어왔지만 차별성을 가지고 나간다면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창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교육 확대는 AI 인재 양성의 지름길 
 
박 상무가 품은 AI 사업의 장기 목표는 'AI 에브리웨어(everywhere)'다. KT의 AI가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이다. 기가지니가 국내 저변으로 확대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식이다. 쉽게 말해 "지니야"라고 부르면 통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우선적으로 AI 인재풀을 넓혀 다양한 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돼야 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박 상무는 AI 확대는 AI 인재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AI 인재 양성의 지름길은 바로 AI 교육의 확대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보다 선행되는 투자가 많고, 시간이 걸려 긴 호흡이 필요함에도 AI 교육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질 높은 AI 교육의 일반화는 4차산업 발전을 위한 창의인재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AI 교육사업에 임하고 있다는 그다. 4차산업이 자연스레 발전되려면 AI 인재가 필수적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겠다는 포부다. 박 상무는 "누구나 코딩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AI 강국"이라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똑똑해질 수 있는 확신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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