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문재인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중심 고교 교육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면서 자사고와 일반고가 경쟁·발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모든 자사고를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바꾸는 이른바 '일괄전환'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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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자사고로 지정된 학교는 총 54개교다. 이중 12개교는 일반고로 전환됐고, 4월말 기준 42개교가 운영 중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는 총 24개교로, 지역별로는 서울이 13개교로 가장 많다. 이어 경북 2개교, 부산·대구·울산·강원·경기·충남·전북·전남·인천이 각각 1개교다. 자사고 재지정 또는 취소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는 해당 학교별로 5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전라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일 각각 상산고와 동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이들 교육청은 "평가가 미달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각각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 재지정 평가 과정에서 적절성, 공정성 등의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전국 시도교육감은 물론, 정치권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국회마저 여야 의원들이 평가 과정에 의구심을 표시했고, 야당 의원들은 '교육 독재적인 발상'이라며 자사고 폐지 정책에 강한 반대를 표시했다.
자사고는 학교 수와 학생 정원이 학생·학부모의 수요에 비해 과다하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서울 등 특정 지역에서 자사고 비중이 커지면 해당 지역의 일반고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자사고·특목고에 대한 입시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관련 사교육비가 증가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이러한 지적을 감안해 설립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특목고·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특목고와 자사고의 우수학생 우수 선발 기능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경쟁력을 회복시키자는 구상이었지만, 현재 학부모 및 교육 당사자들은 정부가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부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폐지 정책이 일반고 중심 고교 교육 강화라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자체를 흔들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유지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모든 자사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은 학교정책의 안정성과 학교발전을 위한 사립학교 및 교원의 노력, 학생의 학교 선택권 등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교평준화제도 하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경우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고교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적정한 자사고 수 및 학생 정원 규모 관리와 함께 특정 지역의 자사고 편중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적정 규모의 자사고와 일반고가 함께 경쟁하며 발전하는 고교체체 구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덕난 입법조사관은 "정부는 시·도교육감과 공동으로 적정한 수의 자사고와 일반고가 함께 경쟁하며 발전하는 고교체제를 구축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