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김정은이 한국 항공기로 미국 갈수 없을까

입력 : 2019-07-03 오전 6:00:00
2019년 6월30일 또다른 역사적 기념비 하나가 세워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초유의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분단’의 상징 판문점은 이날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판문점으로 가기에 앞서 문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 오울렛 초소를 방문할 때는 민간인 정장을 입고 갔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 군복을 입고 방문한 초소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이날의 모든 과정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그리고 평화통일로 가는 여정은 아직 멀다. 남북한과 미국 등 주변국의 끊임없는 대화와 인내를 요구하는 긴 과정이다. 그 과정이 멀긴 하지만, 끈질기게 진행된다는 믿음은 차근차근 쌓여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실익 또한 작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안정돼 있다.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은 지금까지 한국 전체의 대외신인도를 끊임없이 제약해 왔다. 이른바 ‘지정학적 위험’이다. 무디스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언제나 단골변수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지정학적 위험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남북미 정상회동을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추진속도가 높아질 경우 지정학적 위험은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더 오를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Aa2'등급, S&P 기준 'AA'등급으로 각각 세 번째 높은 등급이다. 피치는 네 번째로 높은 'AA-'등급을 한국에 부여해 둔 상태이다. 그런데 신용등급은 남북한과 미국이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따라 환율의 동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 또는 금융사가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거나 차입할 때 짊어져야 할 금리부담도 더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회동 결과를 보고 누군가는 “우리의 국익도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은 지금 평화가 곧 국익인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이어 한국경제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미국 백악관으로 초청하기까지 했다. 김 위원장이 즉각 수락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북한 비핵화가 진행되고 한반도 정세가 안정된다면 그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여기서 ‘몽상’과도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김 위원장이 언젠가 미국을 방문할 때 한국의 항공기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12일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처음 열렸을 때 김 위원장은 중국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올해 2월 정상회담 때는 하노이까지 열차 편으로 달려갔다. 그럴 때마다 기왕이면 한국의 항공기를 이용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니 앞으로  미국에 혹시 간다면 한국 항공기를 타고 가는 방안을 남북한이 함께 모색하면 좋을 것이다.
 
김정은이 한국의 항공기를 탄다는 것은 물론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남북한의 신뢰가 상당히 구축된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다. 서로 적대감과 의심이 남아 있는 한 불가능하다. 
 
또 아무리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한국의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북한의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다분히 몽상 같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목표를 높게 가지면 덜 까다로운 것은 보다 쉽게 성취될 수 있는 법이다. “좋은 것은 쉽게 얻어진다”는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가르침처럼 말이다. 
 
당장 김정은 위원장이야 불가능하다 해도, 다른 북한 관리들이 해외로 갈 때 한국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굳이 중국 등 제3국의 항공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만 남북한 사이에 형성되면 된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언젠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항공기에 탑승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이런 몽상 같은 아이디어가 지금은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고 경제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어 신뢰가 형성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남북한이 앞으로 노력하기에 달려있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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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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