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힘찬병원, 우즈벡 환자 의료나눔…K-메디컬 선봉 자처

현지 환자 초청 인공관절 수술 무료 제공…UAE·러시아 첫 진출한 국산 의료브랜드

입력 : 2019-07-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국에서 수술받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11년 전부터 다리에 관절염을 앓았던 50대 우스베키스탄인 잇모이로바 셔임 코스모비취씨는 높은 비용에 고향에서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있는 집안의 가장이지만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고작이라 일을 구하기도 어려워 아내가 홀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해왔다.
 
하지만 잇모이로바씨는 현재(3) 인천 부평구 소재 힘찬병원 본원에 입원해 인공관절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힘찬병원이 현지 환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시행하는 의료 나눔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잇모리로바씨뿐만 아니라 10년 전 배우자를 잃고 두 자녀를 키우다 몇년전 고관절 골절로 고통받던 호자예바 모히굴씨와 3년 전 고관절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에도 여유가 없어 통증을 참고 지내던 라흐머노바 사피야 라흐모브나씨 역시 같은 혜택을 통해 수술을 받게 된다.
 
힘찬병원 의료진들이 인공관절 수술을 앞둔 우즈베키스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힘찬병원

2002년 연수 병원 개원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무릎인공관절 수술 11만회, 관절내시경 시술 20만회를 달성한 대표 관절전문병원 브랜드 힘찬병원이 해외 'K-메디컬' 바람 선봉을 자처하고 나섰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 선진 의료기술 수요가 높고,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의 선도적 진출을 통해 국산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브랜드 세계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지난해 아랍에미레이트(UAE) 샤르자대학병원에 관절·척추센터를 개소했다. 해외 지역에 위탁 형태로 국산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브랜드 자체가 진출해 전문 의료시설을 개원한 것은 최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러시아 사할린에 '사할린힘찬병원'을 개원하며 현지에 처음으로 진출한 국산 의료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우즈벡 환자 초청 의료 나눔은 하반기 개원을 앞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종합병원 개원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됐다. 2년간 총 100명의 치료를 약속한 힘찬병원은 지난 1일 입국한 7명의 환자를 비롯해 약 3주 간격으로 2~3회차까지 20명이 넘는 환자에게 국내 무료 수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대상 환자는 지난 4월 부하라 도청에서 힘찬병원 측 요청을 받아 저소득층 가운데 수술이 필요하며 국내로 이동이 가능한 인원들로 선정했다. 남은 인원들은 오는 9월 개원이 예상되는 부하라 종합병원에서 수술부터 사후 관리까지 종합적인 진료가 이뤄진다. 이밖에 현지 의료진 역량 강화를 위한 의료진 국내 연수를 통해 수술 참관과 의료 자문 등으로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 의료진이 국내에서 진행된 힘찬병원 수술에 참관하고 있다. 사진/힘찬병원

우즈베키스탄은 국민 소득이 국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의료보험제도가 없어 의료비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한다. 국립병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의료는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관련 기구와 의약품 등은 역시 환자가 부담해 현실적인 치료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번에 국내에서 수술을 받게되는 7명의 환자 가운데 3명이 휠체어 없이는 이동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현지에서 마땅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술을 앞둔 라이머노바 사피야 라흐모브나씨는 "어린 시절부터 다리 통증으로 고생하다 몇 년 전 추운 겨울에 넘어지면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통증이 심각해졌는데 경제·시간적 여유가 나지않아 치료를 받지 못했다"라며 "힘찬병원의 의료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으로 올 수 있었고, 한국 의료기술이 뛰어나다는 명성을 익히 들었기 때문에 편하게 걷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왔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힘찬병원 본원 10층 국제의료협력팀에선 사할린힘찬병원과의 화상통화를 통한 원격진료가 한창이었다. 높은 국내 의료기술 수요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해외 의료진의 현지 진료와 수술을 인정하지 않는 현지법에 따라 국내 의료진이 의료 자문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처방과 물리치료 등은 국내 의료진의 자문을 통해 현지 의료진이 직접 실시하고, 수술이 필요할 경우 국내로 들어와 치료를 받는식이다. 사할린힘찬병원과의 원격진료는부평 본원과 인천힘찬병원에서 주 1회 정형외과·신경외과 전문의가 돌아가며 진행 중이다. 러시아에선 현지 의료진과 힘찬병원 파견 물리치료사가 함께 참여한다.
 
이날 화장진료를 진행한 서병선 원장은 "환자의 X-ray 결과 척추 협착증이 관찰되어 주사치료와 도수치료를 처방하도록 권했다"라며 "차도가 없을 경우 추후 국내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병선 부평힘찬병원 원장이 사할린힘찬병원과의 화상통화를 통해 현지 환자를 원격진료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국산 의료기술 수요 잠재력이 큰 해외에서 잇따라 의료시설을 구축하며 K-메디컬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힘찬병원이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따른다. 높은 수요에도 국내 의료진이 현지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해 관세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해 해외 의료시설 진입이 어려운 우즈벡, 그나마 상황이 우호적이지만 사보험이 발달해 외산 의료시설 운영이 녹록지 않은 UAE까지 국가별 어려움도 가지각색이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 원장은 "현재 진출해 있는 국가들을 비롯해 다른 신흥국들 역시 국내 의료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현지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현실이 만만치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지 의료시설 구축을 통해 과거 외국인 환자가 한국에 와서 수술하고 돌아가는 원정의료에서 벗어난다면 힘찬병원 브랜드 세계화뿐만 아니라 국산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즈베키스탄 병원 개원을 비롯한 3개국 의료시설의 안정화가 이뤄지면 몽골이나 북부아프리카(MENA) 지역으로 진출해 보다 널리 국산 의료기술의 경쟁력을 알리고 싶은 계획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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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