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배스킨라빈스와 인보사

입력 : 2019-07-03 오전 6:00:00
배스킨라빈스 광고가 아동 성적 대상화 논란에 빠졌다. CF 영상 캡처장면을 들어 아동모델의 입술이나 목덜미를 부각시켰다는 등 비난이 일었다. 직접 찾아본 30초짜리 짧은 광고 영상은 발랄했다. 입술이나 목덜미가 부각됐다는 장면은 0.5초 정도 스쳐 지나갔다. 입술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고 목덜미는 머리가 나부끼며 시원함을 표현한 장면이다. 여느 연예인도 찰나의 장면은 두려워한다. 순간 캡처는 잘난 모습만 내보이던 연예인도 한순간에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그런 캡처 장면을 두고 공격하는 것은 당사자에겐 매우 불리한 일이다. 애초에 광고를 캡처해서 보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왜 아동모델을 채용했을까. 내 딸도 툭하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는 걸 보면 광고 타깃이 될 법도 하다. 성적 대상화로 아이스크림을 더 팔 수 있다는 생각은 상식적으로 하기 힘들다.
 
그래도 불쾌해 한 사람은 있다. 광고 속 아동모델은 사회 통념상 아이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게 성적 대상화를 의도한 게 아닐지라도 미디어에서 아이들이 자꾸 어른스럽게 연출되는 모습에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여론이 무서워 회사는 즉각 사과하고 광고를 중단했다. 그런데 광고를 내리자 거꾸로 비난이 지나쳤다는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 해프닝은 광고심의를 못 믿는 불신이 근원이다. 모든 광고는 전파를 타기 전 심의를 거친다. 핑크 색깔만 봐도 누구는 야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 판단 기준을 정하고 책임도 지라고 세금을 내며 감독 기관을 두고 법도 마련하는 것이다. 부적정 판단은 당국에 맡기면 되는데 불신이 팽배하다. 심의기능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더 위급하다.
 
최근 영화 기생충 상영 등급 논란도 그랬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생충만 아니라 요즘 영화가 등급에 비해 다소 과격해진 경향은 있다.
 
비슷한 불신이 실망과 좌절로 바뀐 대표적 사례가 인보사. 코오롱 측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의도적 사기를 지적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실수는 사회적 용납도 가능하지만 은폐, 사기는 법적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은폐나 조작은 없다며 인보사 문제를 사전에 알았다면 400억원 공장 투자도 과감하게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게 결백을 입증할 증거로는 부족하다.
 
은폐, 조작 혐의는 법정에서 두고 볼 일이지만 다툼의 여지가 없는 것은 감독 당국의 무능이다. 인보사의 판매를 허가해 준 것은 식약처다. 문제를 발견한 것도 식약처가 아닌 미국 FDA. 이 문제가 터지기 전에도 국내 대형 병원들은 인보사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신약이라 리스크를 짊어지기 싫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국내 의료계도 식약처를 못 믿는다는 얘기다. 하물며 세계에선 어떠랴. 이번 사태로 국산 신약에 대한 이미지는 더 추락했다.
 
코오롱 측은 판매 중단은 물론 형사고발을 당해 관련자 처벌과 손해배상 건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식약처에도 있다. 국산 신약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무너뜨린 공적기능도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이재영 산업2 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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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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