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알뜰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앞둔 가운데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은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도매대가 협상이 늦어지는 것 또한 불안요소로 작용 중이다.
4일 주요 알뜰폰 사업자들은 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입에 대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한 알뜰폰 사업자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금융과 저렴한 알뜰폰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으면 영향력이 클 것"이라며 "기존 알뜰폰 사용자들이 국민은행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알뜰폰이 이동통신사들에 비해 강점이라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저렴한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에 통신 상품을 내놓다보니 다른 서비스는 거의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국민은행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다양한 금융 상품도 선보일 여력이 있다.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 직원만 1만8000여명인데 그들만 가입해도 규모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국민은행의 등장으로 알뜰폰 업계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1금융권의 은행이 등장하면서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질 수 있고 그만큼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재 약한 협상력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를 제외하면 CJ헬로가 알뜰폰 업계의 큰 형님 역할을 했지만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CJ헬로가 LG유플러스로 인수되면 국민은행이 기존 CJ헬로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은 휴대폰에 꽂는 유심에 개인인증정보를 탑재해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스마트폰으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은 당초 9월을 알뜰폰 사업 시작 목표 시점으로 잡았지만 이통사와의 협상과 상품 개발 등으로 9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망 도매대가 협상이 발도 못 뗀 상황이라는 점도 알뜰폰 사업자들 입장에선 불안요소다. 지난해 5월 협상을 시작해 9월17일 망 도매대가가 발표된 것에 비해 올해는 시작부터 늦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매년 SK텔레콤과 도매대가 협상을 벌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의무 망 제공 사업자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이 정부와 그 해의 도매대가를 결정하면 KT와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한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사들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도매대가 인하 요인과 5G 요금제 제공 여부 등을 더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LTE때도 상용화하고 약 1년 후부터 알뜰폰에 요금제를 제공한 선례도 있어 좀 더 살펴보고 SK텔레콤과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