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책과 예산 결정권을 가진 주민자치 조직인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각 자치구 시범 운영 동에서 주민총회를 열고 자치계획에 대한 시행 여부 등을 직접 결정하면서 주민자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주민자치는 단체자치보다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부터 전국의 읍면동 단위로 주민자치센터가 만들어지고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제도적 권한이 낮고 예산이 부족해 주민이 주도적인 활동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자치역량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주민이 자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사업이다.
동작구는 지난달 6월2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사당2동, 사당3동, 신대방1동, 흑석동에서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자치회과 수립한 지역의 생활문제 해결과 발전 방안이 담긴 자치계획을 공유하고 상정된 76개 안건에 대해 찬반 및 선호도 투표를 통해 73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결정된 안건은 △주민 나눔 복지 활동 프로젝트 △편리한 마을 안내 지도 △남성 사계시장과 연계한 고객선 지키기 등이다.
양천구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신월5동, 목3동, 신정4동, 신정3동, 목2동에서 자치계획 의제 39개 가운데 36개를 채택했다. 사업내용은 △마을활력소와 어울림 쉼터 공간 활용 프로그램 △자치 회관 운영과 프로그램 재생 프로젝트 △울 동네 친정엄마 △1인 가구 이웃 만들기 등으로 생활밀착형 의제들이 대다수였다.
성동구 역시 5월18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주민총회를 개최해 119개 의제 중에 79개를 선정했다. 대표적인 사업은 △테마가 있는 골목 문화 만들기 △우리마을 미세먼지 제로 캠페인 △우리동네 문화 축제 △엄마와 만드는 단 하나의 그림책 등이다. 강서구 화곡6동에서는 지난 10일 '제1회 주민 총회'를 열고 △마을밥상 △마을 소식 게시판 설치 △미래발전 TF △한마당 축제 △숲이랑 놀자 5개 사업을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주민자치위원과 주민들로 구성된 분과에서 수립된 자치계획은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총회에서 최종 의결된다. 주민자치와 분과에 참여한 주민이 주최가 돼 주민총회는 매년 개최하며, 주민 공론장이자 직접민주주의 장의 역할을 한다. 의결된 내용은 2개월 이내 구청장에게 제출된 뒤 구청장이 1개월 내에 반영 여부를 공식 전달한다.
올해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99억6900여만원이며, 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2022년까지 25개 자치구 424개 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문기구에 머물렀던 단체를 주민들이 직접 계획도 세우고 사업에 대해 결정하도는 단체로 바꾸려는 시도"라면서 "사업이 선정되면 주민세를 환원해 자치구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안착하기 위해선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과 인적 구성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현찬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부연구원은 "서울시가 이전부터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통합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영국 사례처럼 주민들이 사전에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편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치와 공동체 등 여러 가치와 경험 등을 얻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활동공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