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치료제, 외산 싹쓸이…국산 걸음마

길리어드, 빅타비 추가해 굳히기…국내사 뒤늦은 개발 시도

입력 : 2019-07-16 오후 3:55:41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시장 내 외산 치료제 공세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추가 치료제를 내놔 입지를 굳히는 단계다. 이에 반해 국산 치료제는 겨우 걸음마 수준을 뗀 상황이다.
 
16일 길리어드 코리아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복합 HIV 치료제 '빅타비' 국내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미 기존 치료제 시장서 주도권을 쥔 상태의 추가 치료제 가세로 국내 HIV 시장 내 길리어드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빅타비는 지난해 2월과 6월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승인된 후 주요 국가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1차 선택 약제로 권고되고 있는 품목이다. 특히 영국 이밸류에이트가 예측한 2024년 의약품 매출 전망 중 전체 10(69억달러)에 이름을 올리며 HIV 치료제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이 전망되는 블록버스터 품목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HIV 바이러스는 과거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난 1983년 발견 이후 현재까지 약 30여종의 치료제가 개발됐다. 완치 수준에 도달한 치료제는 없지만 꾸준한 복용을 통한 생존이 가능한 상태다.
 
꾸준히 증가 중인 국내 시장 내 주도권은 길리어드와 GSK가 쥐고 있다. 길리어드는 시장 1위 품목 젠보야를 비롯한 4종의 치료제로 지난해 기준 426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HIV 치료제 시장 규모가 7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셈이다. GSK 역시 트리멕을 통해 단일 품목으론 2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치료제는 현재 국내 시장에 없는 상태다. 과거 불치병이라는 선입견에 주요 제약사 개발 파이프라인에 속하지 못한 만큼 국산 치료제 개발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산 치료제 가운데선 셀트리온제약의 '테믹시스'가 가시적 성과를 낸 상태다. 셀트리온그룹의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테믹시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밖에 치료제료는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인 에스티팜이 신약 후보물질(STP0404)에 대한 전임상을 마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특성상 그동안 HIV 치료제에 대한 개발 의욕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수요 증가와 안정화된 치료제 기술에 하나둘 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국내 환자만 1만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수요 성장이 전망되는 시장인 만큼 업계 개발 가세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소속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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