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올해 다양한 역할로 활동 영역 확대하겠다"

성악 전공하고 언론인으로…마흔 넘어 다시 배우의 길 택한 이동규
"하고 싶은 일 택했다…노력 바탕으로 좋은 결과 확신"

입력 : 2019-07-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성악 전공자가 기자생활을 하다가 배우로의 삶을 위한 길을 택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지만 그는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마흔을 넘어 새로운 방향을 잡았다. 배우로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하고 싶은 일을 택했다.” 배우 이동규는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 원하던 길을 다시 선택하면서 지금까지 가졌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 한다”며 “때를 부단한 노력으로 채워나가고, 그 노력을 바탕으로 때를 확고한 믿음으로 기다린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한다”는 배우 이동규를 만났다.
 
배우 이동규는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 한다”며 “때를 부단한 노력으로 채워나가고, 그 노력을 바탕으로 때를 확고한 믿음으로 기다린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진/배우 이동규
 
성악을 전공했는데, 기자로 사회생활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성악과를 졸업한 후 지역 방송사의 아나운서로 취업을 하게 됐다. 성악과에 들어갈 때는 뮤지컬을 통해 배우의 꿈을 이루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뮤지컬 쪽에서는 나 같은 베이스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음 중심의 베이스보다는 고음 중심의 테너나 바리톤들이 주로 뮤지컬 가수로 활동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나운서였다.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우선 발성에 자신이 있었고, 이미지도 아나운서와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역 방송사에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경력을 쌓아 중앙 방송사로 이직할 생각이었는데,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낳게 되면서 안정적인 삶에 익숙해졌다. 그러던 중 앵커 역할과 함께 취재 업무도 맡았던 경험을 살려 tbs로 이직을 했고, 앵커 겸 기자로 일했다.
 
기자에서 배우의 길로 방향을 전환한 이유가 무엇인가?
 
배우에서 기자로 전향했다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고 하는 편이 더 명확한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배우가 꿈이었다. 중학생 시절 당시 여의도에 있던 유명 학원에서 연기를 배웠고, 비록 보조출연이긴 했지만 MBC 청소년 드라마 ‘사춘기’ 등 다양한 드라마에 고정 출연도 했다. 대학로에서 2년 정도 연극배우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연극영화과 입시에서는 떨어졌다. 다른 진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해 두해 계속 입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만난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교수께서 날 알아보시고 실기시험장에서 한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꼭 우리 학교에 들어와야만 배우가 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연극영화과를 나와야 배우가 되는 것도 아니니, 배우가 되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보라”는 말이었다.
 
배우를 꿈꾸면서 연극영화과가 아닌 성악과로 전환한 계기가 있는가?
 
나는 당시 실기시험에서 보여줄 특기로 노래를 준비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노래를 가르쳐주셨던 성악과 교수님이 모든 입시가 끝난 후 귀가 솔깃해지는 말씀을 하셨다. “자네는 좋은 저음을 타고났으니 베이스로 성악과에 지원하면 무조건 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교 내에 전과제도가 있으니 우선 성악과로 학교에 들어간 후 연극영화과로 전과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연극영화과 실기시험장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조언과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듬해에 성악과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막상 전과를 하려고 보니 두 개의 전공으로 반반씩 배우는 것보다는 한 가지를 깊게 배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성악과로 졸업까지 하게 됐다.
 
드라마 출연 등 새 길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은 없었나?
 
사실 성악과를 졸업한 후 아나운서가 되고 결혼까지 하면서 배우로서의 꿈은 포기했었다. 그런데 tbs로 이직해 앵커 겸 기자로 일하던 중 앵커 역할로 드라마에 출연할 것을 제의받았다. 배우를 포기하고 앵커가 됐는데 앵커 역할로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옛날 생각도 나고 출연료도 넉넉히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드라마 섭외 담당자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출연 제의가 점점 많아졌고 맡는 역할도 기자, MC까지 넓혀졌다. 자연스레 촬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배우의 꿈도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다시 배우의 길을 가게 될 것만 같았다.
 
홑몸이라면 몰라도 아내와 두 딸이 있는 상황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길이었다. 바람 들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정규직 시험에 응시해 정직원이 됐다. 당시 tbs에 근무하면서도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프리랜서 신분이어서 가능했던 건데, 정직원의 길을 택하면서 드라마 출연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나 자신의 삶도 중요하지만 내 가정은 더 소중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당시 나는 기사를 쓰다가 잠시 틈이 나면 영화 예고편을 보며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기사를 쓰느라 노트북 앞에서 낑낑대고 있는 내 모습과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노는 배우들의 모습이 너무 상반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일상도 늘 우울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병이 날 것만 같았다. 배우를 포기하고 기자 생활에만 전념하려 한 것이 오히려 배우를 안 하고는 못 살겠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려줬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 회사를 나왔고 전업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기자 역할로 현장 리포팅 촬영을 하기 전 대사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배우 이동규
 
배우의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포부를 세운다면?
 
지금까지 드라마 작품으로 70편 정도에 출연했는데 아무래도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황후의 품격’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가짜 뉴스의 앵커로 출연해 극의 스토리 전개 상 중요한 역할을 맡아 기억에 남는다. 지인들로부터 “통쾌했고 멋있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여기서는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고정으로 출연했는데 주연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최근에는 앵커 역할로 영화에도 출연했다. 아직 개봉 전이어서 작품명을 말할 수는 없지만, 생애 첫 영화라 기대되고 시사회에도 초대될 예정이어서 많이 설렌다. 짧은 시간 동안 다른 배우들보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인정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현직 앵커, 현직 기자 출신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앵커나 기자 역할로 제한된 배우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올해는 다양한 역할로 활동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우선은 내가 가진 이미지,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검사, 변호사부터 시작해서 형사, 조폭 등의 역할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다른 역할에도 도전하고 싶다. 나에게는 아직 드러내지 못한 잠재된 캐릭터가 많다. 기다리다 보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한테는 이른바 ‘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고 한다. 그때를 어떻게 기다리느냐에 따라 배우로서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때를 부단한 노력으로 채워나가고, 그 노력을 바탕으로 때를 확고한 믿음으로 기다린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딸이 둘씩이나 있는 가장이 마흔둘이라는 나이에 직장을 관두고 나와 꿈을 찾아간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렇게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다른 험난한 길을 가겠다고 해도 내 선택을 믿고 따라와 주는 아내에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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