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보석으로 풀려나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 신병관계가 어떻게 됐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오후 5시4분쯤 밝고 편안한 표정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와 ‘구속 취소를 주장하다 보석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양 전 원장 측은 애초 구속 취소를 주장하며, 보석 조건이 엄격할 경우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양 전 원장은 ‘강제징용 판결을 지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니 더 이상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재판 지연전략 비판’이나 ‘건강 문제 호소’ 등 추가 질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비켜달라”며 걸음을 옮겼다.
양 전 원장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는 이날 양 전 원장에 대해 직권보석을 결정했다. 보석조건은 당초 양 전 원장 측이 우려한 ‘MB식 가택구금’이 아닌 주거 제한과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 등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수집,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등 47개 혐의로 지난 2월11일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재판부의 직권 보석으로 석방돼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