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직장인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대표적 갑질이 '폭언'으로 나타났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퍼붓거나 수치스러운 비유로 상대의 인격을 교묘하게 깎아 내려도 업무상 지위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다는 논리가 팽배해 상대적으로 죄책감을 덜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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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고용노동부와 직장갑질119 등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법 시행 한 달간 직장인들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폭언'이다. 고용부는 직장내 괴롭힘 판단 기준으로 업무에 성과를 내거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독려 또는 질책은 원칙적으로 적정 범위 내의 행위로 간주했다. 다만 인격모독에 해당할 정도로 과도하거나, 업무상 정당한 근거나 이유없이 질책하거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등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수준이었다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고용부에 따르면 실제 한 학교에서 교감이 교사들을 상대로 욕설과 위협을 행한 사건이 있었다. 교사들이 교감에게 결재요청을 하자 책상을 내리치고 고함을 지르며 '야', '너' 등의 호칭을 사용한 것이다. 재계약 결정권을 가진 자의 갑질 사례도 있었다. 지역본부 매니저가 기분에 따라 "능력 안되면 몸빵이라도 해야지. 씨X", "씨X, 대가리 안쓰냐. 내가 입에 걸레를 물어야 돌아가냐", "미친X 너희들 어차피 갈 데 없잖아"라는 등의 잦은 폭언과 협박을 가했다.
또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를 보면 "경리하는 년이 일을 이 따위로 처리하고 지랄이야", "여기 그만두면 패스트푸드점 밖에 더 가겠어", "야, 너 정신지체냐", "고졸이랑 뭐가 다르냐", "그러니까 나이 먹어서 그렇게 사는거야" 등의 폭언이 난무했다. 상대의 인격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학력과 나이를 이유로 사업장에서 왕따를 조장하는 일들도 상당했다. 직장갑질119의 한 상담사는 "교육을 하거나 성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과정에서 폭언이 많이 발생한다"며 "'이 정도는 지적해도 된다'는 생각에 발언의 수위가 점차 강해지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상대를 무시하는 단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 시행으로 회사 측에서는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소통이 단절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토로한다. 무엇보다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 발생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한 사업주는 "회사에서 정당하게 조사를 해도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승복하지 않으려 한다"며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사내 분위기가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주는 "고충처리를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동료들간 관계가 서먹해지곤 한다"며 "결과적으로 업무 성과가 나빠져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이러지로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노사간 갈등이 악화하는 사례도 나온다. 지난달 대신증권 근로자들은 사측이 프레젠테이션(PT) 대회를 통해 저성과자를 낙인찍는 직장 내 괴롭힘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저성과자가 아니라 본부·직급·영업 기간 등을 감안해 선정한 것으로 무리하게 법 적용을 주장하는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건은 노사합의로 일단락이 됐지만 앞으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소지는 여전하다는 게 해당 회사 안팎의 분위기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