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동안 실제 실효적 규제 면에서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내부고발자적 성격을 갖는 제보 자체에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하고 객관적 조사와 처벌이 더 강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노사상생지원과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뉴스토마토>가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7월 16일부터 8월 14일까지 한달 동안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신고된 1844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파악됐다.
1844건을 연간으로 추산하면 2만2128건으로 하루 평균 61.46건 정도로 계산된다. 이는 직장갑질119가 법 시행 전인 2018년 한 해 동안 2만2810건과 큰 차이가 없다. 하루 평균으로도 62.49건과 비슷하다.
법 시행 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신고·접수된 진정건수도 현재까지는 많지 않은 수준이다. 이날 고용부에 따르면 7월16일부터 8월8일까지 전국 고용노동청에 접수된 괴롭힘 진정 사건은 308건이다. 시행 첫 주 43건, 4주차 112건, 8월 1주차 93건, 2주차 60건의 추이다.
전국 지방관서에서 연간 총 43만건의 노동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고려하면 괴롭힘 사건의 신고는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괴롭힘 금지법은 '사내 해결'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고용부에 직접 신고할 필요가 없지만, 가해자가 사용자일 경우 근로자는 고용부에 직접 신고할 수밖에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법 시행에 관해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앞으로 제도 홍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2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2.0%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또 '법 시행 이후 직장 생활에서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75.2%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 잘 정착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답변은 20.3%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구체적인 괴롭힘의 항목이 법에 규정됨에 따라 제보의 유형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은 법 시행후 뚜렷한 변화로 꼽힌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건수를 괴롭힘 종류별로 나눠보면 부당지시 231건, 따돌림·차별 217건, 폭행·폭언 189건, 모욕·명예훼손 137건, 강요 75건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기존에는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부당 징계 등과 관련한 제보가 많았으나 법 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의 제보가 늘었다"며 "갑질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근로자들이 법 시행을 계기로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법 시행으로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배려'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실제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 보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