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사업실패 후 빚에 내몰려 세 자녀와 함께 자살을 시도하다 둘째 아이를 잃고 살아남아 재판에 넘겨진 부부 중 한 사람에게 법원이 남은 자녀를 돌보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1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남편 A씨와 부인 B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A씨에겐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원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B씨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부부는 2016년 A씨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오다 지난해 말 투자자로부터 고소 당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당시 7~9세였던 자녀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A·B씨는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선물을 사준 후 미리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아이들에게 먹여 잠들게 한 뒤 안방 문 안쪽 틈새에 테이프를 붙이고 번개탄을 피운 후 안방에 누웠다. 그러던 중 막내 아이가 깨어나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고, B씨가 깨어나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는 이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부부의 범행에 대해 “동반자살은 부모인 피고인들의 의도일 뿐 피해자들은 동의한 바도 전혀 없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뻔했다”면서 “사건 당시 7세에 불과한 피해 자녀의 생명을 앗아가고 다른 자녀들의 인생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운 중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남편 A씨에 대해서는 “자신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아내인 B씨에게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지워 결국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해 실행하게 했다”는 점을 추가로 언급했다.
다만 부인 B씨에 대해서는 “범행 후 깨어나 정신을 차린 다음에는 즉시 119신고를 하고 구급대원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라 응급조치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려 했다”는 점을 참작했다.
앞서 재판부는 부인 B씨에게 살아남은 자녀들을 돌보라며 직권보석을 결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보석결정에 따라 부여된 생존 자녀들과 동거하는 시간동안 반성의 태도를 견지하고, 자녀들의 신체적·심리적 건강상태도 좋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은 지난 4월 “자신의 인생을 비관해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면서 아직 세상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것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