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지 한달이 좀 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은 모두 379건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사례별로 보면 폭언에 관한 진정이 152건(40.1%)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 업무 지시 및 부당 인사(28.2%), 험담 및 따돌림(11.9%)이 뒤를 이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퇴근 후 업무 지시, 술자리 참석 강요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와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지점도 많다.
분명한 것은 법 시행 이후 많은 직장인들이 이때껏 업무 내외적으로 본인이 겪었던 상사의 폭언이 '괴롭힘'이었다는 사실을 느지막이라도 인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도 갑질 근절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면서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입증 자료 확보를 위한 휴대용 녹음기를 구비하는 경우도 유행이라고 한다.
상사들은 상사대로 고충이 많다. 그동안 아랫사람에게 지시했던 행위가 '괴롭힘'은 아니었을까 자문하며 말이나 행동을 아끼고 자기검열을 하다보니 오히려 후배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그간 직장 내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던 악습들을 금지하고 징계토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괴롭힘에 대한 애매한 규정 때문에 법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사람이다. 직장갑질을 당하고도 좀처럼 갑질이라 느끼지 못하고 잘 참는다는 의미의 '갑질 감수성'은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달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가 평균 68.4점으로 하위 등급인 D등급에 해당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갑질에 둔감하다는 것인데, 특이한 점은 연차가 낮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비정규직 또는 여성인 경우에 갑질 감수성은 높았다.
법이 시행되고 직장 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관련 교육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직된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를 탈피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려면 상사는 상사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갑질 감수성 개선 필요하다. 아무리 법으로 금지한다 하더라도 직장 내 구성원 모두의 갑질 감수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긴 어렵다.
백주아 정책부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