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전문가들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취업규칙이 변경된 것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적시해 사내 홍보를 강화하고, 신고·접수된 건은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정부의 세밀한 관리감독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힘든 일 몰아주기, 불이익취급, 퇴사 강요, 상습적 직장내괴롭힘 태가비엠 전 사업장 특별근로 감독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뉴스토마토>가 노동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보완책과 관련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의견이 많았다.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정부가 취업규칙을 변경하지 않은 회사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해 이를 피하고자 회사가 취업규칙에 법률 조항을 그대로 옮겨놓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보니 실제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노무사는 "취업규칙 변경은 괴롭힘 행위인지를 놓고 노사 간 법적 분쟁을 막는 중요한 예방 조치"라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취업규칙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공정한 조사위를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폭력적·위계적·권위적 직장문화를 평화적·수평적·민주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고용부가 관청별로 10인 이상 회사에 취업규칙 변경 관련해 적극적으로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회사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점규 위원은 "하청 직원이 원청 직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경우 근로관계의 불일치로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며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괴롭힘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법이 시행된 얼마되지 않은 만큼 당장 실효성을 재촉하기보다 장기 과제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문강분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는 "괴롭힘 행위는 각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하나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규율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처음부터 강하게 처벌하기 보다 시간을 두고 질서가 만들어지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조건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식을 내세우기보다 사업장에서 취업규칙을 통해 다양한 사례가 축적되기를 기다리고 이런 사례가 자연스럽게 규율로 정착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