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축산농가라는 안정적 중심축과 반려동물 시장이라는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한 동물의약품 업계는 좁은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산업 성장의 양대 축인 축산업과 반려동물 시장 고속성장이 국내에만 국한된 흐름이 아닌 만큼, 방대한 시장을 보유한 해외시장 활로 개척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905억원이었던 국산 동물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3197억원으로 4년 새 67.8% 증가했다. 시장 규모 성장에 따라 수입완제 도입 규모 역시 증가(2084억원→3407억원)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출액의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과거 국내 동물의약품 생산업체들은 원료를 수입 가공해 판매하는 형태의 사업을 영위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시장 성장과 해외 진출 모색에 따라 원료는 물론, 완제품까지 제조해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추세다.
2000년대 후반 한미 FTA 체결 이후 국내 시장 경쟁 심화가 예고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다. 당시 해외시장 역시 현재와 마찬가지로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또는 인도산 저가품들이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국산 동물의약품은 최근 국산 의약품들의 주 전략인 '중상품질·중저가'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가는데 성공했다.
꾸준한 업계 움직임 속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국내 다수업체가 선도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 지난해 기준 100개국 이상으로 수출국을 늘린 만큼 대형시장으로의 원활한 진출을 위한 국가차원의 협업 체계 구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연간 8조원 규모를 갖춘 중국 동물의약품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3월 현지 수의약품감찰소(IVDC)와 양국 동물용 의약품 품질향상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9월 IVDC에 협력방안을 제안을 시작으로 11월 관계자를 초청해 구체적 협력 방안을 협의한 지 약 5개월만의 성과다.
이에 따라 양국 검역당국은 동물용 의약품 관리제도와 평가, 검정·검사기법 등에 대한 정보교류 및 공동연구, 신약·생약제제 평가 기술교류 등 6개 분야에서 협력하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동물용 의약품 산업 수출산업화를 위한 '수출주도형 동물용 의약품 산업 발전 대책' 수립을, 2017년 동물용 의약품 수출연구사업의 국책 연구과제 선정을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축질병의 체계적 대응을 위해 관련 의약품 개발 연구에 최근 5년간 64개과제, 364억원을 지원 중이다. 이 가운데 동물백신 연구개발(27개과제)에 투입된 비용은 213억원 수준이다.
또 최근 반려동물 의료비용 증가에 따른 부작용 중 하나인 '깜깜이 진료비(명확한 비용 기준 없이 동물병원 등에서 임의로 진료·치료비용을 책정하는 일)' 방지를 위해 동물병원 표준진료제를 도입하기로 결정, 관련법 개정 및 연구용역 추진에 돌입했다.
관련법이 갖춰지면 주요 진료행위 이전 소비자에게 진료내용과 진료비 등에 대한 설명하고 이에 대한 동의 등이 의무화됨은 물론, 각 동물병원에서 진료비를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가능해진다. 이르면 내년 도입도 바라볼 수 있는 상태다.
한국동물약품협회 관계자는 "높은 부가가치가 평가되는 동물의약품 산업에 대한 정부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정부 지원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동물의약품 전담부처가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동물의약품 인허가를 담당하는 곳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다. 약품 인허가를 비롯해 가축과 농작물 전염병 예방 등의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는 만큼 해외진출까지 적극 지원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기업이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쯤부터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실제로 생산시설 정부 지원금 집행이나 수출산업 육성군 포함 등의 성과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 육성이 중심이 되는 농림부에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별도 부처가 마련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산업 육성과 지원책 마련 측면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업계 해외진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관심과 지원 역시 나날이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별도의 주무부처 부재는 향후 산업 규모 성장에 따른 경쟁력 제고 측면의 아쉬움으로 꼽힌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