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형 벤처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벤처간의 상생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중소벤처기업을 배려하는 기존의 구조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수평적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2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19회 벤처썸머포럼' 조찬간담회에서 "국내외 위기적 오히려 국내 벤처 생태계에 대한 혁신적 변화의 모멘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기회를 잘 잡아서 혁신 생태계에 대한 장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이 2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19회 벤처썸머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이날 안 회장은 한국형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빼놓고 진행할 수는 없다는 뜻을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지난 40~60년간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고착화 돼 왔다"며 "20여년전부터 일어났던 벤처 생태계와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 시점이 됐지만 사회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들이 협업하는 분위기가 잘 형성됐더라면 지금 일본이 과감하게 수출 규제 카드를 사용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안 회장은 지금이라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 지 일본이 알려준 꼴이 됐다"며 "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잡아서 진정으로 극일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7만여개의 벤처 기업들과 대기업이 함께 일본을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생태계를 꾸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에서도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회장은 대기업이 함께 하는 벤처 생태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기업과의 상생은 돈 많은 사람이 도와주는 하달식 상생의 느낌이 강했다"며 "서로의 기술과 가치를 인정해주는 수평적 상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과는 라운드테이블에서 위아래 없이 당당하게 서로를 인정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대기업 중에서도 맏형 격인 상위 대기업의 대표 혹은 총수들이 직접 나서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그간에는 정치적, 기업 내부적 문제로 우왕좌왕했지만 분위기가 다시 되살아난 지금은 시도해 볼 만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안 회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생태계 구축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대기업이든 중소벤처생태계든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부는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역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지원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남 지역 벤처기업 대표로 참석한 음영만 천풍무인항공 대표는 "지방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인력이나 자금 등 모든 면이 부족해 결국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지방 분권이라고 해서 기업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방기업들을 지원해 이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도 "지방 벤처 생태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방 국립대를 포함한 지방 대학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음 대표의 주장에 동조했다.
여수=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