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국 40여개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대형마트가 명절 연휴 직전 일요일인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변경을 결정했다가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철회하는 등 혼란을 빚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명절 휴업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앞으로 이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대형마트 3사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44개 지자체는 지역 내 각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인 오는 8일 정상 영업을 하는 대신 추석 당일인 13일 휴업하도록 변경할 방침이다. 고객 공지 등 영업을 위한 준비를 고려할 때 이들 지자체는 변경된 일정대로 대형마트의 영업과 휴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17일 전국 189개 시, 군, 자치구에 의무휴업일인 8일의 휴업을 추석 당일인 13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불편을 해결하고, 근로자의 휴식을 위해 공문을 발송했다"라고 설명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마다 의무휴업일 변경에 관한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청도 공문의 내용에 따라 지난달 28일 휴업일 변경을 결정했다. 이에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단체는 항의 공문 발송과 함께 항의 방문으로 반발했다. 결국 수원시청은 휴업일 변경 이틀 만인 그달 30일 "수원시의 휴무 변경 고시를 공식 철회하고, 기존 휴무로 재변경 고시한다"라고 결정을 철회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휴업일을 변경하는 것이 알려지자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체인스토어협회의 이번 공문에는 법질서에 대한 존중은 한 푼도 찾아볼 수 없이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유통 재벌의 탐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유통 재벌들은 오히려 뻔뻔스럽게도 고객 불편과 노동자의 명절 휴식을 얘기했다"라며 "지금까지 명절 당일에 영업해 온 것 자체가 비정상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절 당일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납품업체나 협력업체도 모두 휴업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매장 운영이 어렵다"라며 "이제 와서 선심을 쓰는 것처럼 노동자의 명절 휴식을 얘기할 염치가 있으면 2주에 한 번 있는 노동자의 정기휴무인 의무휴업을 두고 거래할 것이 아니라 명절 당일에 영업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도 성명서에서 "마트노조는 그동안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의무휴업을 확대할 것과 명절 당일 휴점할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일부 유통 재벌들만 배를 불리는 꼼수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마트 노동자의 소박한 바람인 의무휴업 확대와 명절 당일 휴무를 보장하라는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매년 명절 직전 의무휴업일을 명절 당일로 변경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