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호주의 대형 광산업체가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추진 벌크선을 발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중일 조선 3국 중 어느 나라가 승자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일본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4일 일본해사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주의 대형 광산업체 BHP빌린턴(Billiton)이 대규모 LNG추진 벌크선 발주를 앞두고 있다. 선주는 앞서 지난 7월 연간 2700만톤 수준의 철광석을 운반할 LNG추진 벌크선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발주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신은 BHP가 21만톤급 벌크선, 최소 10척을 발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목할 점은 LNG를 연료로하는 LNG추진 벌크선으로 발주된다는 점이다. BHP는 2020년 강제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SOx) 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황함량이 적은 LNG를 연료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형 벌크선 발주전에는 한중일 조선 3국간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우선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영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삼호중공업은 지난 7월에도 LNG추진 벌크선을 수주한 바 있다. 일본도 수주잔량이 떨어지고 있어 대규모 발주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기준 일본 조선업계 수주잔량은 136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세계 점유율 18%에 그쳤다.
그러나 사실상 국내 조선업계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COSCO쉬핑이 공동 운영하는 NACKS(Nantong Cosco Khi Ship Engineering)가 LNG추진 자동차운반선 건조 경험이 있으며 후동중화조선, 상해외고교조선 등은 LNG선 건조 실적도 있다.
한중일 조선 3국 중 액화천연가스(LNG)추진 벌크선 발주전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 유조선. 사진/뉴시스
여기에 일본은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은근한 견제도 펼치고 있다. 외신은 국내 조선사는 카타르의 대규모 LNG선 발주전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도크(배를 건조하는 작업장) 여유가 없어 신조수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중국 조선사들이 경쟁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에서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올해는 작년과 비교해 수주량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호황기 시절에는 현재의 배 가까이 되는 선박들을 건조해 왔는데 도크가 부족해 수주가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만 건조하는 것도 아닌 데다, 한창 수주할 때보다 현재 수주잔량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인데 도크가 부족해 수주를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업계와 비교하면 중국은 통상 5~10%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진행한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면 이번 수주전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 현지 시장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연료 탱크 안전성 등 선박 건조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 건조 실적도 중국에 비해 매우 많다"며 "다만 중국과의 가격싸움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