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차지하는 ‘제도권 밖’ 소셜벤처, 영업이익률 18.5% '양호'

사회적경제 인증 기업 대비 매출 적지만 영업이익률 높아

입력 : 2019-09-04 오후 3:04:5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사회적가치를 중시하는 소셜벤처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제도권 밖에 있으며, 제도권 안에 있는 소셜벤처보다 경영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소셜벤처 실태와 운영방향'을 살펴보면 소셜벤처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이전부터 사용돼 사회적기업과 유사하지만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혁신성을 자처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연구진이 지난해 7월 1285개 소셜벤처를 실태조사한 결과, 소셜벤처들의 사회적경제조직 형태는 ‘어느 유형에도 해당하지 않음’이 56%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예비사회적기업 20%, 협동조합 13%, 인증사회적기업 7개, 자활기업 1개 순이다. 창업주의 연령대는 30대가 48%로 가장 많았으며, 40대(18%), 20대(14%), 50대(13%), 60대 이상(3%)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창업주의 성별은 남성이 66%, 여성이 34%로, 남성 창업주가 절반을 넘었다. 성별·연령별로 교차해서 살펴보면, 전 세대에서 유일하게 20대에서만 여성이 과반을 차지한다.
 
전체 종사자 수 5명 이하 업체가 전체의 약 69%로, 대다수의 소셜벤처가 영세한 규모다. 취약계층은 전체의 약 30%만이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없거나(13%) 손해를 보고 있는 기업(16%)이 29%지만, 영업이익이 있는 기업이 40%로 경영상 문제가 없는 기업의 비율이 높다. 또한 영업이익률이 ‘10% 초과’된 기업이 전체의 20%로 나타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셜벤처가 상당하다.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12%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소셜벤처가 생각하는 사회문제의 구체적인 수혜대상은 ‘전체’가 23.6%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청년(17.1%), 아동(14.6%), 저소득층(11.4%), 장애인(8.1%), 다문화·외국인(7.3%), 노인(5.7%), 사회적경제조직(2.4%), 한부모(2.4%), 경력단절여성(1.6%), 청소년(1.6%), 개발도상국(1.6%), 탈북자(0.8%), 맞벌이부부(0.8%), 예술계종사자(0.8%) 등으로 제시된다.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유형에서는 제품 및 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담아 판매하는 ‘제품 및 서비스 판매’가 69%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취약계층 고용·친환경 제품 사내 사용 등 경영관리 과정에 사회가치를 반영하는 ‘운영적 고려’ 14%, 공정무역·사회적기업과의 협력관계 등 생산과정에 사회가치를 투입하는 ‘협력사와의 상생’ 11%, 영업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자선적 기부’ 4%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기업과 같이 영업이익을 사회에 기부하는 자선적 기부는 적은 반면, 제품 및 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담아 판매하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사회적기업, 예비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인증을 받은 여부에 따라 소셜벤처를 인증과 비인증 소셜벤처로 나눌 수 있다. 비인증 소셜벤처들이 인증 소셜벤처보다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보다 우선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인증 여부에 관계없이 대다수의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를 정관 또는 비전에 명시하고, 구성원 간 공유 및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비인증 소셜벤처의 매출 규모는 1억7394만원으로 인증 소셜벤처 2억7076만원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비인증 소셜벤처 영업이익률은 평균 18.5%로 2457만원이 발생해, 인증 소셜벤처가 영업이익률이 평균 –21.2%로 827만원의 재무상 손해를 보고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매출·고용 등 성장에 대한 인식과도 연관성을 보여 경영상황에서도 비인증 소셜벤처는 일반 기업과 같이 지속적인 영업이익 발생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에 반해, 인증 소셜벤처는 경영이 열악함을 시사한다.
 
이윤의 사회적 재투자에 대해서는 인증 소셜벤처일수록 이윤의 사회적 재투자 비율이 높다. 비인증 기업은 사회적 재투자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인증 소셜벤처는 주로 모바일·웹 등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통해 지역 단위의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인증 소셜벤처는 제품·서비스의 본질적 특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소규모 커뮤니티 단위의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연구진은 소셜벤처 발전 추세를 고려할 때 제도권의 정책 범위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층 진보한 형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우수한 액셀러레이터를 선정하는 것과 더불어 액셀러레이터들이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소셜벤처의 특성에 맞게 유연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재량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소셜벤처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창업과 인큐베이팅의 단계를 넘어 서로 다른 성장단계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적 지원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셜벤처를 포함한 사회적경제의 저변 확대를 위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로부터 위안부 할머니를 기념하는 제품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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