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았던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 침체 국면이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한 분위기다
. 사상 초유의 주 세포 성분 변경 파문을 낳은 인보사 사태를 시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수사
,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에이치엘비 임상
3상 탑라인 결과 발표
, 신라젠 펙사벡의 임상 중단 등 변수 많은 제약바이오 산업 안에서도 유독 시련이 많았던
2·3분기였다
.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또 다른 변수와 맞물려 지난달 저점을 찍었던 제약바이오 주가 지수는 지난달 말부터 서서히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맞을 매는 다 맞았다'라는 분석 속 향후 남은 주요 기업들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헬릭스미스와 메지온 등 최근 증권시장에서 주목받아 온 기업들이 막바지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적 결실을 통해 회사는 물론 업계 전반적 분위기 전환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괜한 걱정이 앞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초부터 악재가 이어진 탓인지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유독 '범인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유례가 없는 인보사 사태는 차치하더라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확률에 도전하는 신약 개발 기업들의 실패 사례를 두고 '거품' 또는 '먹튀'라는 오명을 씌우기 바빴다.
조금만 관심이 있더라도 인지할 수 있는 낮은 신약 개발 성공률은 이미 배제된 모습이었다. 손쉽게 매출 창출이 가능한 도입상품이나 상대적으로 안정적 이윤이 발생하는 기술수출이 아닌 ‘순수 국산기술로 일궈낸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이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년전 신라젠으로 촉발된 신약 개발 기업들의 기업가치 폭등에 편승해 달콤한 과실만 탐하고자 했던 분위기가 낳은 결과라 더욱 씁쓸하다.
물론 자본시장 내 상장 기업이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높은 기대감에 쏠린 투자 심리의 실망감도 이해할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자는 것도 아니다. 개발 및 투자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당연히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다만 실망감에 기인한 분노 서린 범인 찾기보단 낮은 신약 개발 성공률과 성공 시 높은 경쟁력 확보라는 산업 특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더 차분하게 산업을 바라봐야 할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개별 신약 개발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시장 분위기는 업계 신약 개발 의지를 떨어뜨리고 R&D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의 발목을 잡을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범인을 찾으려고 우리 모두가 스스로 범인이 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일이다.
정기종 산업2부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