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즈베즈다조선과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 설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수주 전부터 납기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즈베즈다가 자국에 삼성중공업 근로자 파견을 요구해 인력이 유출될 경우 납기를 맞추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수주도 하기 전인 데다 인력 유출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조선과 아틱(Arctic) LNG2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LNG선 1호선에 대한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아틱스 LNG2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연간 1980만톤의 LNG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Novatek)은 LNG 수송에 필요한 쇄빙LNG선 15척을 자국 국영조선소인 즈베즈다에 건조하기로 확정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왼쪽 5번째)이 즈베즈다 조선소와 Arctic LNG2 쇄빙 LNG운반선에 대한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양사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LNG선 건조 설계를 맡은 만큼 쇄빙LNG선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즈베즈다는 쇄빙LNG선을 건조할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선인 LNG선은 상선 중에서도 건조 난이도가 가장 높은 선박으로 꼽힌다. 여기에 얼음을 뚫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 쇄빙 기능도 적용해야 한다.
즈베즈다가 삼성중공업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부족한 건조능력에 있다. 15척을 모두, 즈베즈다가 건조하기에는 도크(선박건조대)와 선박을 진수해 세워 두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암벽도 부족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즈베즈다는 쇄빙LNG선을 건조할 기술력도 부족하지만 15척의 선박을 건조할 도크, 암벽 등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15척 중 일부를 건조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선체를 나눠 각 조선소에서 만든 뒤 용접해 하나로 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즈베즈다가 공동 건조하는 조건으로 삼성중공업의 인력 파견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아닌 즈베즈다조선에서 쇄빙LNG선을 건조한다면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인력 파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즈베즈다도 선박 건조 근로자가 있는 가운데 굳이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인력을 파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조선사와 협력했을 경우 관리감독이나 교육을 위해 몇 명의 직원을 파견한 적은 있어도 선박 건조에 투입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을 보낸 적은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납기지연 가능성에 대해 "삼성중공업이 즈베즈다와 공동건조 한다고 하면 가용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