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해외서 암호화폐 사업 본격 '시동'

자회사 통해 거래소 라이선스 발급, 자체 암호화폐 상장
"국내 사업은 불안정한 시장·규제상황 부담돼"

입력 : 2019-09-09 오후 4:58:34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암호화폐 서비스를 위한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최근 두 회사는 해외 자회사를 통해 거래소 라이선스를 발급 받거나, 자체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이 소외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은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일본가상화폐거래소협회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라인의 자회사 LVC가 협회의 1종 회원으로 추가됐다고 공지했다. 1종 회원은 일본 내에서 거래소 운영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를 의미한다. 라인은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을 출시하며 자체 암호화폐인 '링크'를 발행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링크 대신 라인 생태계에서 사용 가능한 '링크 포인트'를 사용했다. 자회사인 LVC 역시 싱가포르에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운영 중이지만, 일본과 미국은 서비스 가능 지역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번에 거래소 라이선스를 발급 받으면서 라인은 기존 비트박스와는 별도의 일본 내 거래소 설립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링크도 정식으로 일본 내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라 향후 라인의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링크를 관리할 수 있는 전용 암호화폐 지갑 '링크미'는 오는 10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링크미는 라인과 아이콘재단이 설립한 조인트벤처 언체인에서 개발했다. 앞서 이홍규 언체인 대표는 간편 로그인과 커스터디 기능을 탑재한 링크미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라인 서비스와 접목해 링크 생태계를 확장하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시스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암호화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자사 암호화폐 '클레이'의 거래소 상장을 추진했다.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이 자체 발행하는 클레이를 이달 말 업비트 싱가포르와 업비트 인도네시아에 동시 상장할 예정이다. 클레이의 거래소 상장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클레이튼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서 클레이 유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아시아 대표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우선 업비트 싱가포르와 업비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거래소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소 상장을 통해 다국적 개발자와 서비스 기업들이 클레이를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서 더욱 다양한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들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 내에 암호화폐 지갑 '클립'을 탑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클립은 이용자 정보와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디지털 지갑으로,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과정 없이 카카오톡 안에서 접속할 수 있다. 클레이 외에도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기반의 다른 암호화폐들도 보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다.
 
하지만 클레이의 국내 거래소 상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라운드X는 해외 시장에 먼저 클레이를 상장하고 추이를 지켜보면서 국내 상장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클레이 상장 시 초기 가격 변동폭이 클 수 있어 해외 거래소를 먼저 선택한 측면도 있다"면서 국내 상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라인의 국내 암호화폐 서비스 역시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일본과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불확실한 규제 상황으로 인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 5일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9'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을 키우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큰손들이 해외 사업에 주력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 정비가 늦춰지는 만큼, 미래 경쟁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9’를 주최한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 역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다소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가 부정적이고 불법적인 영역과 함께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둘은 태생상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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