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에 고려대 '촛불 의지' 불타

참석 않던 학생까지 의향 보여…"외부인 끼어들까 염려" 신중론도

입력 : 2019-09-10 오후 4:10:47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9일 임명되자 대학가가 반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10일 방문한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는 그동안 '조국 이슈'에 대해 촛불을 들지 않은 학생들까지 집회 참석 의지를 보이는 양상이었다. 박세중(20) 씨는 "안될 줄 알았는데, 법무부 장관이 됐느냐"고 놀라워한 후 "지방에 살아서 그동안 참석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집회가 있으면 이 사안을 자세히 알고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최홍현(27)씨도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도덕이 (상대적으로) 더 우선시되는 자리이고, 아직 분노하는 국민이 많은데 대통령이 그 부분을 반영 안해서 유감이고 부정적"이라며 "촛불을 들 기회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불똥은 집회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총학생회로도 튀었다. 최 씨는 "총학생회가 할 일은 집회를 주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집회를 안하겠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조국 이슈로 1차 촛불집회가 연 후 총학생회로 바통을 넘겨줬다. 하지만 2차 촛불집회를 주도한 총학생회는 진행 미숙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까지는 다시 일반 학생이 주도한 3차 집회까지 열렸다.
 
결국 총학생회는 지난 8일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2차 집회에 관한 입장문을 조만간 내고, 앞으로 집회를 여는 대신 조국 딸 입시 문제에 대한 해명을 학교로부터 듣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총학생회 집행위원 A씨는 "입장문 게시와 해명 요구 모두 될 수 있으면 추석 연휴 이전에 하려고 한다"며 "3차 집회를 주도 안하다보니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집회를 주도 안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조국 딸이 응시한 세계선도인재 전형이 사전 공지된 모집요강과 규정·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문을 지난달 22일 낸 후 별다른 추가 해명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 중이다.
 
일부 학생들은 이번 이슈에 대해 판단을 조심스러워했다. 배모씨(20)는 "1차 촛불 때는 아는 형이 나가자고 해서 나갔고, 입시 문제가 있으면 짚고 넘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외부인이 섞일 수 있는만큼, 앞으로 집회를 하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대학원생 이모씨(30대)도 "언론에 비춰진 고대생 반응만큼의 반감은 없다"며 "20대와의 세대 차이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총학생회와 부산대 학생들은 조 장관 임명 당일 오후 임명 규탄 등을 주제로 한 집회를 열었으며, 참석자는 각각 500여명과 120여명이었다.
 
10일 오전 고려대 서울캠퍼스 정문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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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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