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제9차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체제보장에 방점이 찍힌 '싱가포르 합의'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국가정보원은 2~3주내 북미가 비핵화 실무협상을 통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1월 방한 가능성을 점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북미 간 실무 협상 재개 시 실질적인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대북 제재유지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고,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노력 △미군 유해 송환 등을 합의했다. 북미는 실무협상을 거쳐 올해 2월 2차 하노이 회담에 나섰지만,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한의 '스몰딜(단계적 비핵화)'과 미국의 '빅딜(FFVD)'이 접점을 찾지 못해 최종 결렬된바 있다.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간다는 것은 하노이 실무협상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빅딜과 스몰딜의 중간지점인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전면적 비핵화보다 단계적 비핵화에, 제재 완화보다 북미 관계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북미가 실무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미 정상은 양국 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에 핵심축으로써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포함해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지속·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복원 요구는 없었지만,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됐다. 미국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의 약 6배에 달하는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면서 "우리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방 예산 및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우리 정부가 기여해온 내역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해서도 지난 10년간, 앞으로 3년간 우리 계획에 대해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원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향후 2~3주내 재개될 것으로 전망, 보고했다. 또 김 위원장이 오는 10월6일 '북중수교 70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원은 비핵화 협상 진전에 따라 김 위원장이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