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 장소 디자인 바꾸면 범죄 요인 하락, 치매 예방"

서울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 개최…소프트웨어 및 참여 병행 강조

입력 : 2019-09-25 오후 10:20:11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범죄와 치매 등 사회 문제를 장소 디자인을 바꿔 해결하는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정책의 성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2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임팩트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2019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을 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9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서 연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포럼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정책 성과가 소개됐다.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은 용어 그대로 사회 문제가 일어나는 장소의 디자인을 바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다.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에서는 강북구 삼양동 폐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유휴 공간에 텃밭 체험공간을 조성해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례가 언급됐다. 치매를 예방하는 인지건강디자인 사업은 임대아파트 출입구·주차장에 눈에 띄는 해·달·별 이정표를 달고, 층·호수를 큰 색깔로 쓰며, 둘레길과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의 세부 과제로 이뤄졌다. 학교폭력예방디자인의 경우, 학교 근처 버려진 공원에 놀이시설 등을 배치하고, 학교의 방치된 창고 활용해 협동 놀이 공간으로 만드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
 
각종 디자인 구축은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효과성 평가 결과, 범죄예방디자인은 무질서와 범죄에 대한 두려움 등 부정적인 요소를 줄이고, 동네 애착을 증가시켰다. 세부적으로는 △성동구 응답동에서 무질서 8.0% 하락, 동네 애착 5.9% 상승 △송파구 마천2동에서 범죄 두려움 27.4% 하락, 동네 애착 25.0% 증가 △중구 신당동의 경우, 범죄 두려움 16.6% 하락, 동네 애착 11.8% 증가 △구로구 가리봉동의 경우, 무질서 17.0% 하락, 동네 애착 15.4% 증가로 집계됐다.
 
학교폭력예방디자인 대상 지역 역시 학교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자아존중감이 늘었으며 새 시설물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64.3%를 차지했다. 인지건강디자인 적용 지역은 길찾기 능력 91.7%,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77.8% 향상되고 안전사고는 24.4% 감소했다.
 
또한 전문 민간기관이 지하철에서의 출근길 스트레스 요인을 줄인 사례가 소개됐다. 홍익대 서비스경험디자인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을 진행했다. 바닥에 출구와 환승 경로를 시각화하는 등 디자인을 조성하자 헤매는 사람이 62.5% 감소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는 시간은 67% 단축됐다.
 
아울러 한때 범죄도시라는 악명이 씌워져있다가 새 디자인으로 이미지가 변한 미국 뉴욕도 언급됐다. 전략디자인 이니셔티브 디렉터인 이페오마 이보씨는 경찰서·도서관·녹지 등 공공주택 주변 시설들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건물 디자인을 개방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예를 들어, 경찰서 건물 1층에는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고, 녹지에는 명상 공간을 만들었으며, 텅빈 잔디밭에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에는 공연 무대를 조성하는 식이었다.
 
강연자들은 디자인이 보이는 영역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역인 서비스까지 포괄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감성과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숙희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디자인이라는 외관만 바뀌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와 교육 같은 휴먼웨어가 모두 갖춰져야 디자인이 안착할 수 있다"며 "디자인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서비스 등이 체계화된 소프트시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서비스경험디자인연구소의 구유리 교수도 "다른 지역에서 서울 사례를 참고할 때 외면을 카피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확산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외에도 외국 사례를 강연한 외국인 연사들은 정책 기획부터 피드백까지 시민의 밀접한 참여가 전제돼야 함을 주지시켰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회사를 통해 "소셜 다지인이 어떻게 하면 삶의 변화, 시민 삶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정책적 목표로 생각한다"며 "도시의 많은 문제를 여러분이 해결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9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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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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