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줄다리기①)유통규제 힘준다…업계 갈등 고조

"무방비한 할인점 확대 규제해야" vs "복합쇼핑몰 상점도 중소상인"

입력 : 2019-10-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정부가 경제민주화, 민생 관련 입법 강도를 높이면서 유통업계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대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려는 정책 기조다. 업계는 대형마트에 도입됐던 의무휴업 규제 등을 복합쇼핑몰, 아웃렛에도 적용하는 법안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7년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린 효과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필드 시티 부천 매장. 사진/신세계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규모 유통점포에 대한 의무 휴업 확대 등의 규제를 추진하면서 이와 관련한 소상공인 및 대형 점포 간의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일 규제의 첫 도입은 지난 2012년부터다. 당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확산으로 골목상권의 과도한 침해가 이슈가 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한 대규모점포(매장면적 합계 3000㎡ 이상)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됐다.
 
이 같은 규제가 시행된 지 7년가량이 지난 현재 정부와 여당이 주도해 다시 대형 유통점포 규제가 확대 조짐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여러차례 개정했지만 여전히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한 '대형마트, SSM 규제 정책의 효과분석'에 따르면,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세 분석 시 지난 2012년 유통 규제 도입 이후 전통시장 소비 증가율은 하락했다.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18.1%였던 전통시장 소비 증가율은 2016-3.3%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윤홍근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연도별 전통시장 총 매출액 현황'에서도 전통시장 매출은 20122010002013199000201420100020152110002016218000억 등 소폭 증가했다. 연도별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규제 전후 매출을 비교하면횡보세를 보이거나 실질적으로 감소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무엇보다 지난 2005273000억원에 달했던 전통시장 매출액은 회복되지 않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년 공동 국정감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전통시장 매출 감소가 대기업이 대형마트 이외에 복합쇼핑몰, 아웃렛 등으로 운영 방침을 바꿔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무분별한 복합쇼핑몰 방지법'을 주요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 도입 등을 추진키로 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서는 복합쇼핑몰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엽합회장은 "제대로 된 상생안도 없이 무분별하게 대형마트가 시장에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초토화 되고, 소상공인이 폐업에 이르게 된다"라며 "아무런 규제 없이 대규모 점포가 확장하는 측면에서 법률적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산업발전법이 현재 대형마트, 복합쇼핑몰뿐만 아니라 식자재마트 등 중대형점포의 무방비한 확대를 규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앞서 시행된 유통시장발전법 개정이 오프라인 시장의 동반 매출 하락을 가져오는 등 실효성 논란을 가져왔던 만큼, 이번 개정안 역시 갈등만 부추길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전통시장의 매출 둔화는 온라인 매출 증가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규모점포 규제는 과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규제"라며 “2000년대 후반 성장을 거듭하던 대형마트도 온라인쇼핑, 편의점, 중대형 슈퍼마켓 등 경쟁 유통업태가 성장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복합쇼핑몰 등이 상생협약 제시 등을 강요받으며 영업이 어려워졌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침해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롯데 상암몰은 상생협약에 막혀 6년째 표류 중이며, 스타필드 창원점 역시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공론화위원회에서 심의토론을 진행하고 그 의견을 창원시에 전달했다. 두 지역 모두 인근 상인을 제외한 주민들은 복합쇼핑몰 건설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또한 복합쇼핑몰에서 영업을 진행하는 소상공인의 우려도 나온다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하고 있는 상인들은 대부분 중소상공인"이라며 "오히려 유통산언발전법 규제가 역차별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미 정부는 야당의 반발이 예고되자 지난달 27일 대규모 점포의 상권영향평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해 입점 평가 기준을 높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음식료품뿐만 아니라 의류, 가구 등 전문소매업도 상권 영향을 평가받는 등 출점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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